漢文學/詩話叢林

終南叢志 15

지누1 2019. 7. 2. 05:48


15) 權韐 韋布寒士, 石洲之弟也, 號草樓· 其松都懷古一絶曰 雪月前朝色 寒鍾古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暮烟生 一時膾炙 權嘗遊三角山僧伽寺 時諸名士來會飮酒賦詩 權與座談詩自若座中侮之曰 今日名官之會 彼書生何乃唐突也 權笑曰諸君之爵 豈敵吾一句哉 諸名士異之, 請誦其句 權卽朗吟 雪月前朝色 寒鍾古國聲之句 諸名士乃大驚 上座而敬之 飮醉境日

 

권협은 벼슬하지 못한 가난한 선비로 석주의 아우다. 호는 초루인데 그의 송도회고 절구 한 수.

 

눈 속의 달은 고려조의 빛이고

차가운 종은 옛 나라의 소리로다.

남쪽 누대에 괴로이 홀로 서 있으니

허물어진 성곽에서 저녁 연기 피어오르네.

 

한때를 회자했다. 권협은 일찍이 삼각산 승가사를 유람했는데, 그때 명사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 권협도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끼어 시를 말하니 좌중에서 그를 업신여기며 말하기를, “오늘은 이름 있는 벼슬아치들의 모임인데 저 서생이 어찌 저리 당돌한가?”라 하니, 권협이 웃으며, “여러분들의 관작이 어찌 내 시 한 구절을 당하겠는가?”라 했다. 여러 명사들이 이를 이상히 여겨 그 구절을 외워보라고 했다. 권협이,

 

눈 속의 달은 고려조의 빛이고

차가운 종은 옛 나라의 소리로다.

 

라는 구절을 읊조렸다. 여러 명사들이 크게 놀라 윗 자리에 앉히고 공경하며 취하도록 마시고 하루르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