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많이도 풀렸다. 그런데도 차창 앞에는 서리가 하얗다. 어제밤에 애써 그려 마친 숙제물을 들고 슬슬이를 타고는 출발. 습(읍)사무소에 들러, 주민등록을 옮기고 부랴부랴 문화원엘 갔더니 웬걸 1등인 줄 알았더니 또 2등이다.

 

사무장님께 원고와 사진파일을 넘기고, 커피 한 잔 들고 교실로. 20여 분을 기다려 체본을 받고 또 출발.

황룡강변에는 이미 강변을 가꾸는 이들의 손길이 바쁘다. 황고와 약속 장소로. 한참을 달리다 보니 뒤가 뭔가 이상하다. 멈춰 서니 황고가 웃고 있다. 죽 뒤를 따라왔단다. 그길로 강변을 달려 지난 번에 되돌아왔던 길을 더 나아가 '요월정'에 올랐다. 조선제일황룡리의 그곳이다.

 

쓸쓸한 겨울인데도 주위 풍광이 기가 막힌다. 숲은 숲대로, 강은 강대로, 묘소는 묘소대로, 정자는 정자대로 어느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그야말로 조선제일황룡리다. 봄도 아닌 이 겨울이 이럴진대, 꽃피는 봄은 어떠할까? 또 녹음 우거지는 여름은 또 어떨까? 단풍이 이우는 가을은 또 어떨까?

 

장성댐으로 해서 물이 말라 죽은 강이 되어버린 저 황룡강. 지금의 황룡강을 곁에 두고도 이러할진대 그 옛날 물이 강 가득 넘실거렸을 그 시절의 풍광은 과연 필설로 그려낼 수나 있었을까?

 

봄에, 여름에, 가을에, 그리고 이 겨울에.

철철이 해돋이, 해넘이, 달맞이.

이곳을 찾아야 할 의무(?)가 이제는 내게 생겼다. 참 바빠지겠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송림이 참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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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邀月亭

오죽했으면 달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달을 '부른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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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쪽 송림에서 본 요월정이다. 그 앞은 황룡강이 훤히 열려 멀리 장성의 빼어난 산야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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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사는 가송 시인의 커피를 한 잔 얻어 마시고, 훗날을 기약하며 우리는 또 슬슬이에 몸을 실었다.

 

평림댐 앞의 두부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중간에 언젠가 시제를 모시러 갔던 崇慕嗣가 낯익다. 산넘고 물넘고 포도넘고 자갈길 넘고 그렇게 평림댐 앞에 도착. 즐거운 점심. 그렇게 즐기고는 버스를 타자던 계획을 버리고 다시 슬슬이에 올라 귀로에 올랐다. 황고 집을 지나 황고와 헤어지고 그 길로 강변을 찾아가는데, 구 활룡강교를 건너자마자 뒤에서 헤어진 줄 알았던 황고가 살펴가시랜다. 나는 길을 찾느라고 뒤에서 따라오는 줄도 모른 거다.

 

안심이 안 되어 그냥 따라온 거다. 참 자상하기도 하고, 극진하기도 하다. 황고에게 감사.

 

집에 와서 부랴부랴 씻고는 문상길에 올랐다. 삼례를 지나 봉동엘 가니 상주인 노선생이 반갑에 맞는다. 참 오랫만에 오태원 선생 내외분을 만나고, 송진섭 선생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어두울세라 금방 일어섰다. 돌아오니 7시 채 안 되었다.

 

오늘 한 일이 꿈 같다. 슬슬이는 아마도 50키로미터는 탔지 싶다. 기록이다.

출처 : 야생화바람꽃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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