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짓달 하순에는 저희들 할머니 제사라고 회사 다니는 그 바쁜 틈새에서도 작은 아이 아들은 2시반 버스를 타고 온다기에 버스터미널로 마중을 나갔다. 시간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서 내가 도착하는 그 시간에 고속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에게 전화하기를,
"희준아, 터미널 서쪽으로 나오렴!" 했다. 오랫만에 시골에서 아들을 보는 감회가 새롭다.
큰 아이 딸 희선이는 4시반 차를 탔단다. 어제 내내 밤을 새워가며 회사일을 하다가 그 시간에 차를 탔으니 아마도 잘지도 모른다고 아내가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시간에 맞추어 미리 전화를 했더니 수신이 안 된단다. 기차라서 장성을 자다가 지나쳐버릴까 봐노심초사다. 나더러 계속 전화를 해 보란다. 그래도 연락이 안 되거든 황당하기는 하지만 역에 가서 방송을 부탁해 보란다. 그게 자식은 회갑이 넘어도 부모는 항상 걱정을 하는 거다.
전화를 계속해도 연결이 안 된다. 큰 애는 그만 지쳐서 잠에 떨어진 모양이다. 이제는 내가 걱정이 앞선다.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또 연결이 안 되어........, 애가 타다가는,
"아빠, 왜요?" 딸이 전화 저쪽에서 그런다. 그제서야 안심. 그리고 아내에게 연락이 되었다고 안심시키고는 한숨을 돌린다.
정말로 자다가 정읍이라는 방송 소리에 깼단다. 대합실을 나서는 아이 얼굴이 밝다.
집에 오니, 아내는 혼자서 제사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형제가 여덟이나 되는데 하나도 없으니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아버지께 면목이 없다. 어머니도 저 높은 곳에서 섭섭하시겠다.
제사를 모시고는 딸아이가 내 손을 잡더니 그만 놀란다. 손이 거칠다는 놀람이다. 그때사 말고 그만 내 손이 보일러를 밖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 덕(?)에 장작불을 지피느라고 거칠거칠했던 거다. 이것도 바르고 저것도 바르는데 그렇다고 그만 둘러대고 말았다. 사실은 손 관리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반질을 두어 번 바른 적이 고작이다.
그러던 딸이 서울에 오니, 어제 이사를 하느라고 온 집안이 어수선한 중에도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더니 갑자기 손에 팩을 해 주겠단다. 그만 나는 픽 웃고 만다. 평생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내가 그러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손팩을 다 하고 있으니, 내가 변하기도 참 많이 변했다. 한편 마음 속으로는 자식이 해 주는 감동에 마음이 흐뭇하기도 하다.
팩 장갑을 끼워 주더니, 비닐 1회용 장갑으로 덧끼워 준다. 그리고는 15분을 그대로 있다가 팩을 빼고는 문질러서 손에 다 흡수하게 딱딱 치란다. 손이 꼬들꼬들 할 때까지 하란다.
한참을 그러고 났더니 손이 부들부들하다. 팩 덕인지, 딸의 사랑 덕인지? 이게 자식 기른 보람인가 보다. 물론 샘 많은 저희들 엄마 몫을 잊었을 리 없다.
예쁜 딸아 고맙다. 늘 행복하게 지내라.
<딸아이가 덧씌워준 핸드마스크, 그럴 듯한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동강에 나타난 신기한 풍경 (0) | 2010.01.26 |
---|---|
[스크랩] 지가 백곰이쥬? (0) | 2010.01.26 |
[스크랩] 옥정호금붕어 (0) | 2010.01.14 |
[스크랩] 눈까치 (0) | 2010.01.14 |
[스크랩] 아우라님작품전감상기5 (0) | 2010.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