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翌日放舟無棹 順流東下 夜泊元興寺前 寄宿船中 時夜靜人眠 唯聞水中跳魚潑潑然有聲 余沈臂小眠 夜寒不得久寐 漁歌商笛 相聞于遠近 天高水淸 沙明岸白 波光月影 搖蕩船閣 前有奇巖怪石 如虎踞熊蹲 余岸幘徙倚 頗得江湖之樂 况日擁紅粧 管絃歌吹 得意而遊 則其樂曷勝道哉 得詩二首云 碧天浮遠水 雲島認蓬萊 浪底紅鱗沒 煙中白鳥來 灘名隨地換 山色逐舟回 喚取江城酒 悠然酌一杯 夜泊沙汀近翠岩 坐吟蓬底撚踈髥 水光瀲瀲搖船閣 月影徹徹落帽簷 碧浪漲來孤岸沒 白雲斷處短峰尖 管聲嘲哳새소리찰難堪聽 須喚彈箏玉指纖 時使一吏吹笛
다음날 노 젓지 않고 배를 물을 따라 흘러가는 대로 두어 동쪽으로 내려가 밤에 원흥사 앞에 정박하고 배 안에서 잠을 잤다. 그때 밤은 고요하고 사람들은 잠이 들어 오직 물고기들 물속에서 뛰어오르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팔을 베개 삼아 조금 자려 했으나 오래도록 잘 수가 없었다. 어부들의 노랫소리와 상인들의 피리소리가 멀리 가까이서 서로 어우러져 들려왔다. 하늘은 높고 물도 맑고 모래사장은 훤하고 언덕은 희었다. 파도 빛과 달그림자가 배 주위에서 빛나 흔들렸다. 앞에는 기암괴석이 마치 호랑이와 곰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두건을 쓰고 해안을 바장이다 보니 자못 강호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물며 날마다 곱게 단장한 여인을 끼고 음악에 맞춰 노래 부르며 멋대로 논다면 그 즐거움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는가? 시 두 수를 지었다.
푸른 하늘이 멀리 물에 떠 있으니
구름과 섬이 봉래산이로다.
물결 아래 붉은 고기 잠겨 있고
안개 속에 흰 물새가 날아오네.
여울 이름 곳에 따라 바뀌고
산색은 배를 따라 휘도는구나.
강가 성에서 술을 사오게 하여
유연히 한 잔 술 기울이네.
야밤에 물가 마을 푸른 바위에 배를 대고
배에 앉아 읊조리며 성근 구렛나루 어루만지네.
물빛이 출렁출렁 배는 흔들리고
달그림자 희미하게 모자를 비추네.
푸른 물결 밀려오니 외로운 강 언덕 잠기고
흰구름 다한 곳에 산봉우리 솟아 있네.
피리소리 시끄러워 듣기 거북해
거문고 타는 섬섬옥수 불러야겠네.
이때 서리에게 피리를 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