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력 7월1일, 양력8월8일 해방되던 해에 태어났으니 이제 우리 나이로 80이다. 시골 농부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교육열이 높으신 부모 덕에 시골 농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에서 공부할 수 있는 복을 누린 사람이다. 65년에 입학을 해 보니 아는 게 너무 없었다. 우리와 같은 해에 전임이 되셨던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당시는 516군사구데타 직후라 사회분위기가 무시무시하던 때다. 그 선생님 왈,
"세종같은 현명한 독재자가 나와 정치를 하면 분명 잘 살 수 있는 보장이 있는 경우 하나, 내가 선택한 민주적 성향의 지도자가 나와 잘 살 수도 있고 폭 망할 수도 있는 경우 둘, 너희는 어느 쪽을 선택할 거냐?"라는 물음이셨다.
당시 우리 학과 학생 수 20명. 이구동성으로 전자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 선생께서 하시는 말씀.
"너희는 나이만 어렸지 생각은 한참 구 세대다. 내가 선택해서 내 의지대로 하다가 성공하면 금상첨화고, 실패해도 그건 행복한 거다. 그게 민주주의라는 거다."라고 부연하셨다. 그런데 우리들 거의가 그 말씀에 당시에는 수긍이 안 갔다.
그런데 훗날 보니 그분께서는 먼저 깨달은 분이셨다. 내 의지 자유의지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실 줄 아신 거였다. 세월이 흘러 다시는 뵐 수 없는 분이지만 내게는 등대같은 스승이셨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나는 지금까지 가졌던 내 생각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3십대 젊은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먹고 놀고 버릇없이 사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비상계엄을 막아냈던 지난 해 12월 3일 밤 국회의사당 계엄저지 의거, 한밤중 남태령 농민봉기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에게 많이 많이 빚을 졌다는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행동이 바로 나를 지키는 것이고, 내 가족을 지키는 것이고, 내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고맙고 또 고맙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역시 젊음은 위대했던 것이다. 늙은이{?}들이 그렇게 걱정했던 것이 말 그대로 쓸데없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래 국가 장래를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고 믿는다. 저들의 행동이 얼마나 믿음직한가! 자신을, 내 가족을, 내 나라를 지킬 줄 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고 고마운가! 불안한 이 정세, 하루 빨리 정리가 되어서 너도나도 편안한 일상이 되었으면 싶다. 그런데 그런 일상은 절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내가 우리가 앞장서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밤, 황혼에 접어든 내가 답답하게 꽉 막힌 심정을 넋두리 삼아 피력한다.
젊은이들이여,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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