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입구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조선기와로 지어져서 소박한 모습을 담고 있었고, 동네 어른들께서는 농번기면 한낮의 더위를 피해 모여들어 양쪽 턱을 베개삼아 단잠을 주무시곤 했었다. 우리 어린 아이들은 그 정자 안에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로 어른들 차지였다. 한쪽에서는 장기를 두는 소리가 요란했었고. 우리 어린 아이들은 마당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땀을 흘리는 게 고작이었다. 언감생심 시정(그때는 그 정자를 그렇게 불렀다)에 올라갈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만큼 어른들이 많았던 시절.

그런데 세월이 지나 그때 그 어른들께서는 거의 세상을 버리시고 이제 몇 분 안 남으셨다. 그래서 그 시정은 지금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얼씬도 할 수 없었던 그곳에는 아이들도 없다. 마을 자체에 아이들이 거의 없으니 모여들 아이들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지금은 가끔 그곳이 부녀자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오늘도 단위농협의 마을 담당 팀장이 내방해서 서너 사람이 모여 있었다. 불청객으로 시정에 들른 나는 그들의 얘기에는 관심이 없고 시정 앞 한켠에 피어 있는 야생화에 눈이 간다.

<몇년 전 홍수로 무너져 버린 시정을 대신에서 새로 지은 마을 정자>

 곁에는 아름들이 2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위를 덮고 있다. 보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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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냘프나마 여뀌가 여기저기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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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보기 드문 흰색 <닭의장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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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도 변종인가 보다. 보통의 닭의장풀과 좀 다르다. 모양이 이티 머리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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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나팔꽃도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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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초가 참 곱다. 여기저기 잡초 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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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도 한 자리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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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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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어느집 담너머에 오이꽃이 노랗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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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팥?>


이렇게 내 주위에는 야생화들이 철을 놓칠새라 한컷 자태를 뽐낸댜. 그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이 도심을 멀리 두고온 보람인가 보다.

출처 : 풀벌레소리모
글쓴이 : 지누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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