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지저귈전 비웃을조
고려 중 신준이 꾀꼬리 소리를 듣고 절구 한 수를 지었다.
농가에 오디 익어가고 보리 처음으로 빽빽할 때
마땅히 붉은꽃 담장을 향해 푸른 나무에서 울어야지
무슨 일로 황폐한 마을 떨어진 시골에서
수풀 너머 때맞추어 두서너 소리 보내는가.
서하 임춘도 역시 절구 한 수를 지었다.
농가 오디 익고 보리 처음 이삭 빽빽할 무렵
푸른 나무에서 비로소 꾀꼬리 소리 들리누나.
꽃 같은 서울 나그네인 줄 안다는 듯
은근히 울어대며 쉬지를 않는구나.
학사 이미수가 평을 했다.
두 사람의 작품은 처음부터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토해낸 말들이 처완하여 마치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 같다고 하였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의 시는 사물을 읊조린 것으로 섬약한 데 빠졌고, 뒤의 시는 정을 말하였으나 구법이 호장하여 기상이 서로 같지 않다. 그러나 마치 한 사람에게서 나온 듯하다고 한 것은 어찌 된 것인가. 임춘의 시는 본래 구양공의,
사월 농가에 보리 이삭 빽빽이 패고
오디 연 뽕나무 가지에 새가 지저귀네.
봉성에는 녹음 짙은 나무가 적잖은데
어느 곳에서 날아온 꾀꼬린가.
라는 시를 한갓 뜻만을 표절한 것이 아니고 그 말까지 표절한 것이다.
출처 : 문례헌서울사대국어과22
글쓴이 : 진우김홍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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