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고마운 벗이 내게는 셋이나 있어 생각이 절로 나고 고마워서 늘 감사한다.
한 벗은 초등학교 동기로 장성읍에 살면서 나를 자주 챙긴다. 잘 있냐? 뭐 하고 지내냐? 건강은 어떠냐? 오늘 둘이서 소주 한 잔 하랴?
화요일 모임에는 꼭 나와라. 등등 잘도 챙긴다. 그러면서 무심한 나를 가끔 나무라기도 한다.
"너는 야, 내가 전화 안하면 소식도 모르겠다. 전화도 좀 하고 그래라. 홍식아!"
엊그제도 눈이 많이 오는 날, 나는 서울에 있는데도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눈이 많이 와서 너 집에 갇혀 못 움직일까 봐, 구출하러 가려고 전화했다. 괜찮냐?"
그런다. 내가 서울이라니 안심이란다. 이 벗은 이렇게 나를 챙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 옆지기 왈,
"당신은 참 행복하기도 하우. 그런 벗을 두었으니."
또 한 벗은 이렇다. 눈오는 날 내 차가 아파서 차병원엘 가버렸다. 그래서 내게는 당분간 차가 없는 것을 안 이 벗. 아주 내 운전수 노릇을 자청한다. 지난주 화요일 아침 8시.
"따르릉. 때르릉." 전화를 받았더니 이 벗 하는 말.
"어떻게 올 거야? 내가 데리러 가려고."
눈이 온 길 20km를 차를 가지고 나를 데리러 오겠단다. 그 벗이 사는 북이도서관에서 10시부터 내가 붓글씨 강의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마와서 가슴이 찡하다. 또 옆지기가 많이도 부러워한다. 내가 왈,
"아니, 기차 타고 가면 된다. 그 먼 거리를 위험스레 차를 가지고 온다고? 벌써 차표 사 놨네."
장성역에서 기차를 타면 백양사역에 11분이면 내린다. 그렇게 해서 기차를 타고 백양사역에 내리니 이 벗 차를 역광장에 떡 대놓고 날 기다리고 있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대나 뭐래나. 그렇게 나를 챙긴다. 다음 주 화요일.
"오늘은 어쩔려고?"
"기차 타고 갈께!"
그러고 기차를 타고 백양사역에 내리니, 이 벗 또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오직 그에게 한, 한 마디말.
"고맙다, 친구야!"
오후에는 다시 20km 떨어진 읍내 보훈회관에서 붓글씨를 가르쳐야 해서 그가 또 나를 떠맡는다. 그렇게 눈오는 근래의 두 주를 챙겨 준다. 감사감사 또 감사.
또 한 벗. 그는 내 한두 해 초등학교 후배다. 얼굴을 익혀 안 것은 겨우 다섯해 정도. 그런데 처음 서너해는 둘이서 참 많이도 만나 찰칵하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정이 들었다. 그는 그림의 대가이고, 사진의 대가다. 그 재능을 잠재우는 것이 나는 늘상 아쉽다. 그에게서 그림도 배우고 사진도 많이 배웠다. 차가 치료를 받는 동안 그도 내 운전수 노릇을 오늘까지 하고 있다. 수요일이면 나를 데리러 오고, 금요일에도 나를 챙기고.
이들 세 벗이 아니었으면 나는 장성에서 외톨이였을 거다. 그래서 나와 내옆지기는 항상 든든하다. 벗들아 내 항상 감사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 말로 표현을 아니해서 그렇지 내 항상 고마워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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