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성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이름하여 화룡장[黃龍場]. 9시 황선생께 따르릉을 했다. 바쁘시냐고?

 "제가 뭐 바쁜 게 있나요?" 대답이 시원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12시. 약속을 그렇게 했다.

빨래를 해서 널고, 11시에는 부침개를 하려고 냉장고를 들여다봤더니 웬걸? 아무것도 없는 빈 그릇이 아닌가? 아버지 하시는 말씀.

"거기다 다시 부침개 재료를 하면 되지!"다. 더 뭐라 올릴 말씀이 없다.

부지런히 이거저거 준비를 해서 섞었다.

부추, 밀가루, 부침개가루, 들깻잎, 방앗잎, 풋고추, 계란, 된장, 고추가루, 마늘다진 것 그리고 물. 한참을 싱갱이해서 반죽을 하고는 자그마하게 부추부침개 한 장을 구워서 드리고 찰칵을 들고 출발. 그 사이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장마철 우산은 필수가 아닌가? 내 접이 우산을 보시고 황선생 왈,

"참 좋은 우산 같습니다."

사실 접이우산치곤 참 크다. 그래서 풍성하다. 내가 봐도 좋다.

 

시장에 도착해서 우리는 국밥집을 더듬는다. 그동안 국밥집이 꽤 여러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으로 가 보자고 생각을 맞추고 시장 중앙통으로 들어서자 장마라 시장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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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목전도 한산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야 어디 장사가 되겠는가? 인구가 5만도 안 되는 시골 장성. 거기다 비까지 추적거리니 말 그대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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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아간 중앙통 국밥집에서 우리는 퇴자를 맞는다. 머리국밥이 다 떨어져서 없단다. 오직 있다는 게 팥죽과 내장국밥이다.

결국은 돌아돌아 온 곳이 그전에 몇 번 다녔던 국밥집. 우리는 이곳에서 본의 아니게 또 실수. 사연인즉슨 이렇다. 하루도 아직 안 지났는데 둘이 열심히 한 얘기의 내용을 벌써 까맣게 잊어 버려서 여기 옮길 수가 없다. 그런데 그 까맣게 잊은 얘기에 둘이 정신이 팔려 그만 국밥 주문에 머리국밥이란 말을 안 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별수없이 가져다준 대로 내장국밥을 먹다가 황선생께서 도저히 억울해서 안 되겠던지 머리고기 한 접시를 시키신다. 거디다 소주까지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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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났다. 황선생께서 제발 달력사진은 찍지 말라셨던 것이다. 오늘 나는 또 한 가지를 배운 거다. 달력 사진 얘기 중에, 거창한 장비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는 친구 얘기를 하시면서 흥분하신 거다. 그래서 머리국밥이란 말을 잊고 만 거다. 그 말씀을 듣고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도 몰랐으니 달력 사진을 찍어논 것이 수도 없이 많을 거다. 이제라도 깨우쳤으니 천만다행. 모두가 전문가 황선생 덕분 아닌가? 감사.

 

우리가 국밥을 먹고 소주를 홀짝거리는 동안 장맛비가 왔다리갔다리를 여러 번 반복. 다행히 황선생께서 계산을 하시고 나올 때는 비가 그쳐주었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그래도 나는 한 건, 황선생은 여러 건을 했다. 나는 설기 사료집을 알아둔 것이고, 황선생은 멸치 한 포를 사고는 만족스러워하시고, 모자도 사기는 샀는데, 그게 좀 그렇다. 거금 5천 냥이나 주고 산 모자를 그만 황선생께서 작살(?)을 내시고 말았다. 뒤로 묶은 머리를 꺼내기 위해 가위를 달래서 구멍을 뚫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모자가 작다고 안 테두리감을 뜯어낸다는 것이 그만 모자를 망가뜨리고 말았으니.......... 원. 이걸 어쩐담? 그러나 우리 황선생께서는 태연자약하시다. 집에 가서 꿰매면 된다신다.

 

시장통을 도는 동안 사람은 없고 유난히도 빨간 티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리 찰칵, 저리 찰칵, 그리고도 모자라 또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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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이 그 아니 고운가!

 

차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그 곁에는 귀여운 멍멍이들이 재롱을 떨고. 아마도 두 달도 안 되었을 꼬마 녀석이 우뚝 서서 귀는 쫑긋, 꼬리는 말아올리고  뭐가 그리 궁금한지 목하 관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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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출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장을 나와 큰 길에 와서야 설기 사료가 생각이 나서 다시 차를 돌려 시장행. 한 집에 갔더니 다 떨어졌단다. 그러면서 아래쪽의 사료집을 친절하게도 가르쳐 주신다. 참 고마운 아주머니시다.(내가 고맙다고 하는 데는 다 까닭이 있다. 내가 장성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이야기다. 락카시너를 사러 군청앞 페인트 가게엘 갔다. 물었더니 자기 가게에는 락카시너가 없단다. 그럼 어디가면 살 수가 있느냐고 물었겄다. 그 가게 주인 대답 왈,

"내가 그걸 어찌 아요?" 퉁명스럽기가 그지없었다. 두고두고 불쾌하기만 했다. 지금도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그 생각이 난다. 그래선지 이 아주머니가 친절해 보이는 거다.)

찾아간 곳이 '백두산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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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가 참 싸기도 하다. 내가 인터넷 구매를 한 것의 반값도 아니된다. 물론 장성하나로마트와 비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금 9천 냥에 15kg 한 포대를 사고는 흐뭇하기만 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황선생께서 필요하신 광목을 사는 일. 그런데 황룡강에 이맘때면 피었을 왜개연이 혹시나 나왔을까 하고 내려갔다. 가면서 홍수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물만 넘실거릴 뿐 흔적도 없다.

 

공원앞 왕서방에 들려 광목을 사시고 그리고는 유인당님 댁엘 들렸다. 찰칵이 말을 안 듣는다시는 원인은 결국 건전지 탓이었다. 맛있는 미수가루를 한 잔씩 얻어 마시고 수세미 씨앗과 손수 볶으신 땅콩까지 얻어 가지고 하직.

 

그리고 전화로 약속을 해 놓은 오선생댁으로 직행. 도착하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다음에 가입을 하게 도와드리고, 폼폼사에 사진도 올리는 실습도 하시게 부추기고 지난 번 내기에서 진 턱을 하러 <산처럼물처럼>행. 도착하니 벌써 수제비가 준비되어 나온다. 오선생께서 오시면서 전화주문을 해 놓으신 거다. 먹으며 이약이약하며 보내다 보니 일어서는 시간이 벌써 8시반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9시. 설기란 녀석이 반색을 한다. 내가 사료를 제자리에 내려놓는 것까지 확인을 하시고 황선생께서는 돌아서신다. 9시간을 운전하시며 얘기하시며 돌아다니신 거다. 감사 또 감사. 이렇게 내 시골의 하루는 저물어 간다.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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