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11시 46분. 딸아이가 장성역에 내렸다. 지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그 바쁜 아이가 온 거다. 일요일 또 출근이라서 오늘 2시 52분 차로 떠났다. 할아버지 용돈도 드리고.

그래서 우리는 그 밤중에 집에 와서 맥주를 한 잔 하며 이약이약하다가 내일은 시골장 국밥집에도 가고 CUM의 커피도 마시기로 일정을 잡아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일어나겠다는 아이를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 잠이 턱없이 모자라는 걸 내가 아는 까닭이다.

 

10시에 아이를 깨워 부추전을 한 장 해서 먹이고 규식이를 데려다 주려고 출발. 11시 아버지, 나, 규식이, 딸아이. 규식이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황룡장엘 갔다. 그런데 장날이 아니라서 썰렁하기만 했다. 가게들이 열려 있을 리 만무하고, 국밥집마저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밥이 안 된단다. 그래서 대충 길만 익히고, 닫혀 있는 가게 문만 구경하고 올갱이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그 아이가 올갱이국을 좋아하는 줄을 안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겨울이었을 거다. 눈이 날리던 날 청원으로 나를 따라 게르마늄물을 길러 갔다가 충주에서 올갱이국을 먹었었다. 그때 그 아이는 그 맛을 두고두고 잊지 못해했었다. 그래서 나는 올갱이국 간판만 봐도 그 아이를 생각한다. 그런데 야은리에 만난 올갱이국집을 발견한 거다. 그래서 오늘 가자고 한 거다.

 

맛이 어떠냐니 맛있단다. 그 아이는 음식을 대하면 맛이 있다는 표현을 참도 잘 한다. 또 만들어 주고 또 사 주고 싶은 마을이 절로 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오늘도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하나로마트로 가서 시장을 봤다. 그것도 아이가 계산을 해 준다.

 

그 다음 순서는 CUM에 가는 일이다. 가서 그 커피를 마시자는 거다. 그런데 내가 그 커피 이름을 기억하지를 못해 한참을 헤매고 말았다. 카페라떼. 한 잔은 달달하게, 두 잔은 달지 않게.

 

 그런데 보고는 구별할 수가 없다. 어느 게 달달한 건지? 아버지 커피다.

커피를 막 마시려는데 성당 사무장님께서 이 예쁜 수박까지 주신다. 달기가 정말 꿀맛이다. 감사합니다, 사무장님!

아이 기차 시간까지 두 시간이 남아서 바리스타님께 2시간 있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기는 했으나 너무 한 것 같아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성물판매소에서 팔찌 하나를 사주었더니 환호작약이다. 그 아이는 그렇게 감정 표현을 능숙하게 잘 한다. 또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재주가 있다. 집에 와서 한 시간 또 딸아이는 피시로 회사일이다. 나오는 길에 설기와 잠깐 논다. 참 예쁘단다. 딸아이 왈,

 

" 데려가고 싶어!"

 

그렇게 딸아이는 꿈결같이 왔다 갔다. 저녁에 온다던 아내가 급체 상태란다. 놀란 가슴이 쿵덕거린다. 아들아이가 그나마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그 경황에도 아버지 생신 걱정하는 아내다. 여자의 숙명(?)아닌 숙명일까?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시아버지 생신이 뭐 그리 대수라고? 자식들은 이 핑게 저 핑게로 몰라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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