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나는 한 통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따르릉을 받으니 부산의 아우의 목소리다. 언제나처럼 삐딱한 말투가 정겹다.
" 어찌 형 잘 지내우?"
"혹시 검지가 부러졌수?"
"거기는 안 춥는가베?"
그런데 오늘은 용무가 있다. 시월의 초하룻날에 어디에 있냔다. 장성이래니까 시간이 나면 광주를 가랜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가거나말거나다. 제 일이 아니고 아내의 일이란다.
"추억의 충장7080을 아느냔다."
나야 당연히 모르지. 알면 비정상이지. 말이 좋아 비정상이지 사실은 빙신이지. 그 따운 게 뭐라고 내가 알까? '축제'라는 말 자체에 벌써 벨이 꼴리는 난데, 더 말해 뭐할꼬? 그게 倭色이라........... 그래서 한때는 '祝典'이라고 쓴다고들 했는데 요새는 그것마저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니.......... 도대체 벨이 있는 족속인지, 민족인지 원 알다가도 모르겠는데 그쪽에 관심을 가졌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 게 있어?" 하니, 그래도 그가 안도 한숨을 쉰다. 모르는 게 나답다는 거다.
각설하고, 내용인즉슨,
무슨 주민센터에서 민속춤으로 참여를 하니 시간이 있음 함 가보라는 거다. 내 말이,
"알았어. 가고말고."
이거저거 묻다가 뒤에 계시는 계수씨께 물어서 대답하는 그가 안쓰러워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는 찰칵하려다 그래도 참새가 짹한다고,
"자네는 오능감?" 하고 물었더니, 대답이 영 신통찮다. 그래서 내 말이,
"어부인 행사에 그러코롬 나 몰라라 하고도 살아남남?" 했더니, 그가 허허거리고 만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찰칵한 데는 다 믿든 데가 있어서다. 바로 인터넷. 거기 들어가면 다 있는데 뭐.
그래서 '추억의 충장7080'엘 들어가 봤더니,
'전국주민센터문화프로그램경연대회'라는 게 벌써 4회째 하고 있었다.
27일부터 광주전남 예선을 30일까지 해서 5팀을 뽑고, 어제 1일에 전국참가팀 중에서 7곱팀을 뽑아 12팀이 오늘 2일에 결선을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예선에서 탈락하면 곧바로 고향 앞으로라는 야그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소정에게 따르릉을 해서 의사를 타진. 1일에 올 거냐? 8일에 올 거냐?의 선택을 1일로 하라고. 소정도 두말없이 좋단다. 그래서 우리는 12시에 광주터미널에서 해후하기로 약정. 그리고 나서 내가 할일. 2일에는 딸아이 절친인 수진이가 시집을 가는 날이니 곧바로 소정은 상경해야 하니 차표를 마련하는 일이다. 다행히 6시 50분발 KTX 차표를 사놓고 룰루랄라아.
광주터미널에서 12시20분 소정이 함박 웃고 버스에서 내린다. <미소야>에 가서 점심을 먹고 광주지리에 잼뱅인 우리는 그냥 택시를 타니 4,800원. 행사장 입구에 내려서 걸으니 금방이다. 벌써 시간이 2시가 되어서 첫 팀이 공연 중이다. 금남공원특설무대. 소정이 잽싸게 계수씨를 찾아낸다. 2번째 공연이란다.
관객 사이를 뚫고 자리를 잡고 찰칵 준비.
이어서 곧바로 <선비춤>이다. 알고 보니 부산에서 예선을 통과해서 참가한 거다.(2팀) 계수씨가 출연하는 게 아니고 지도 스승이었다. 공연 순서가 두 번째라 불리하단다. 앞 공연은 항상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입장하는 모습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선비라 했으니................
본무대다.
출연진이 열둘이다. 동영상이 올라갈지 모르겠다. 잠시 쉬고오............ 파일 크기가 너무 커서 안 된단다. 별도로 카페에나 블러그에 올려야겠다.
여긴 동영상 자리다
공연을 마친 선비들이 퇴장을 한다.
우리도 충장로 여기저기를 돌아보려고 일어섰다. 처음에 맞닥뜨리는 게 희망굴이다.
놀이터인 이 소망굴에도 <전교 1등> 관련 카드가 제일 많다. 어쩌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성적 성적 또 성적하게 되었을까? 한마디로 서글프다.
돌아나와 충장로에 들어서니 예나 지금이나 도로폭은 변함이 전혀 없는데 길바닥과 양옆의 가게는 옛 모습은 전혀 없다. 화려하기 그지없다. <1등광주1등시민>이라............!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헌데 광주인화학교 사태 같은 일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6년 동안이나 뒷처리를 서로 미루고 아직도 미해결인 것을 뭐라 변명하면서 '1등광주'라 할 것인가? 그 긴긴 세월을 교육청은 뭐했으며, 광주지자체는 뭘 했다는 말인가? <도가니>가 해결했다고? 제발 이 놋쇠판을 치우든가, 아니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든가?
충장로의 이모저모.
젊은이들의 율동이 활기차다
이게 바로 7080 복장이다
옛 518의 성지 도청 자리, 한참 공사중이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그 금남로는 말이 없다. 사람들도 무심하다
6시가 되어 그들은 결과를 보고 섭섭해 하며 그 먼 부산으로 떠나갔다. 우리도 다시 지리를 모른다는 핑게로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행. 갈 때보다 요금이 거금 2천 원이나 더 나왔다. 토요일이라 퇴근길도 아닐 터인데 막히는 길 때문이라고 여기고 말자. 그래야 덜 억울할 거니까!
소정이 양푼비빔밥이 그립다 해서 잔머리를 굴려도 내 머리에는 없다. 장성에도 없고, 더구나 광주에는 더 말한들 뭐하랴? 그렇게 터미널에 들어서는데 문을 열자마자 전주비빔밥집이 보인다. 옳다구나 하고 나는 소정을 잡아끌었다.
결과는 대만족. 두당 6천 냥.
버스를 타고 장성주차장에서 아반떼를 찾아타고 집에 오니 9시다. 연속극을 둘 보고 씻고 잠자리. 6시에 모닝콜을 해 놓고 꿈나라.
6시에 일어나 출발. 소정은 아버지께 참 죄송해 한다. 며느리가 그냥 불쑥 왔다가 가는 게 그렇단다. 나는 그럴 거 전혀 없다고 하지만 위로가 될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차 안에서 먹으라고 삶은 밤, 물 한 병을 안겨서 보내니 한결낫다. 짐이 많아서, 무거워서 안 됐지만 호박 둘, 송편 한 되를 들려 보냈다.
그렇게 KTX는 가고.............
추억의 충장7080 이모저모.
희망&추억
뭘 그렇게 간절히 빌까?
예인의 발
이 어르신 무아지경?
난간에 매달려서 뭘 보겠다고?
저 관객?
경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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