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6시 45분.

새 내복을 갈아입고 아침 준비에 나섰다. 날씨는 예보대로 많이도 추워졌다. 얼지 말라고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물 떨어지는 소리가 참 크다. 참 신기하다. 저렇게 1초에 한 방울 떨어지는데 수도관이 얼지를 않는다.

오늘은 국을 데우는 사이에 설기 밥을 먼저 주기로 했다. 설기가 웬일로 제 집 위에 올려놓은 천을 끌어내서 그 위에서 또아리를 튼 채 밤을 났나 보다. 그 전에는 그걸 제 집에 넣어 주면 그만 끌어내고 말던 녀석이다. 순둥이 설기, 동순이 설기는 나만 보면 스트레칭을 한다. 그것도 저와 무슨 용무가 있어야 그런다. 내가 외출이라도 할 때는 어떻게 아는지 꿈쩍도 않는다. 참 신기하다.

설기 밥을 주고, 우리 밥을 먹고 치우고 이번에 할 일이 바로 청소. 불때기다.

우리방 청소, 아이들 방 청소, 거실 청소를 대충 하고 나니 숨이 차다. 약차(감초, 감잎, 칡뿌리)를 뜨겁게 한 잔 하고는 곧바로 시작.

병풍을 걷어내고 이부자리도 걷어내고 비로 쓸고 걸레로 먼지를 닦아내고 나니10시반.

이제는 땐 불을 살피는 차례다. 거실 벽난로 불을 돌보고,


벽난로-2095.jpg

나무가 참 많이도 든다. 덕분에 아버지 왈,

"방보다 거실이 따뜻하구나!" 우리집 거실은 천정이 높아 그럴 경우가 별로 없다. 여름에는 반대로 시원하기 그지없다. 만사 일장일단이라 했던가?

내 가족은 복이 있어서 오늘도 별로 막히지 않고 도착했다. 연착 단 10분. 내가 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도착해 있다. 설마 했었는데 먼저 와 있는 거다. 오래 걸릴까 봐 두 여인네는 아침도 아예 안 먹고 출발했단다. 화장실도 못 갈까 봐서란다. 아들 녀석만 아침을 먹고 출발해서 두 여인은 배가 많이도 고프단다.

부릉 하나로마트로. 가서 이거저거 쇼핑을 하고 나오는데 춥다. 딸아이가 계산을 한다. 일금 9만 원.

집에 와서 보니 떡국을 안 샀다. 4시 미사에 가서 올 때 사와야 한다. 감자도 고구마도 숙주나물도..........

색시 딸 아들 셋이서 설겆이하기 고스톱을 하는 것을 보다가 4시 미사 출발. 다문화가정미사.

가서 보니 외국인 신부님, 신자 15명. 미사는 영어로. 미사에 소요된 시간 38분. 짧아서 좋고 잔소리 없어서 좋고.............. 더구나 내일이 설이라고 떡국까지 한 그릇 얻어 먹고.......... 그래서 내일 한 그릇 더 먹으면 올해는 한 해에 두 살이나 더 먹는 것 아닌가!

떡집엘 갔더니 벌써 문을 닫았다. 궁여지책으로 마트행. 감자도 고구마도 숙주나물도 곁들여서 떡국떡을 샀는데 그만 너무 적게 샀다. 어둑어둑 해름에 무를 캐는 게 안 되었던지 색시가 걱정을 한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부랴부랴 세 개를 꺼내왔다. 참 무가 좋다.

또 나무 한 상자를 가져다 놓고 불을 피우니 따뜻하다. 아이들도 더이상 춥다는 얘기를 아니 할 정도다.

나는 저녁을 먹었으니 나머지 가족들 저녁 먹는 식탁에 앉아 아버지 조기를 발랐다. 그리고는 아들아이가 만든 양념에다가 꼬막을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꼬막은 아침에 작은집에서 계수씨가 가져온 거다. 아들 왈,

"보해에서 가져온 소주우...... 어디 있어요오........."다. 꼬막을 보니 생각이 난단다.

아들 한 잔, 딸 한 잔, 나 한 잔, 그리고 아들 몫이다.


꼬막-209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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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2093.jpg

우리가 먹은 꼬막이다. 그리고 벽난로에서는 고구마가 익고 감자는 아직이다. 아까는 아들아이가 닭알을 굽다가 실패. 퍽하고 다 터지고 나니 남는 건 노란자. 맛은 그만이다.

"아들아, 잘 먹었다아......."

그리고 아들은 자고, 딸도 자고..........

색시와 나는 연속극을 보고........... 참 행복한 나다. 아니 우리다. 감사 감사 감사할 줄 모르면 안 된다. 그렇지요?

 

 

출처 : 문례헌서울사대국어과22
글쓴이 : 진우김홍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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