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니 주말에는 비가 온대서 어제 밤부터 '내일은 잔디를 깎아야지' 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잤더니 그만 잠을 설치고 말았다.
기상 6시.
아침을 차려 먹고 옷을 갈아입고 토시도 찌고 고무장갑도 끼고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설기란 녀석이 저도 끼워달라고 앞마당에서 난리다. 설기는 내 기척이 뒷뜰에서 나면 저도 놀자고 그렇게 난리를 피운다. 일하는 곁에 매어 두기만 하면 저 혼자 잘도 논다. 그럼 보채지도 않는다. 지금은 감나무 아래서 또아리(?)를 틀고 한가롭다. 참 심심해 보인다. 그게 제 운명인 것을............ 풀어 놓고 싶어도 동네 닭을 사냥해 오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단단히 맘 먹은 것이란 잔디깎기다. 예초기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뒷뜰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돌아 앞 뜰에 와서 반도 못 깎았는데 벌써 땀이 범벅이고 지친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하다 말 수는 없잖은가! 돌도 튀고 모래도 튀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어렵사리 앞뜰을 마치고 뒷뜰로 돌아가니 그곳은 더 넓다. 설기가 설친다. 눈앞에 내가 안 보인다는 거다. 설기를 뒷뜰로 옮기고 다시 시작.
중간에 잠시 멈추는데 상렬이가 따르릉. 10시반이다. 오늘 만나기로 한 점심을 사정상 미루잔다. 좋아요.
설기는 곁에 있고 예초기는 돌아가고. 설기는 벌써 예초기가 위험물이라는 걸 잘도 알아 피한다. 다 깎고 나니 11시. 이제는 잘린 풀을 갈퀴로 긁어서 버려야 한다. 그게 썩으면 잔디가 상한단다. 힘에 부친다. 그때 황선생께서 따르릉. 오늘이 장날이니 장에 가자신다. 그것도 좋아요.
부랴부랴 갈퀴질을 해대는데 참 힘에 겹다. 그래도 두 손수레 가득 긁어서 퇴비간에 버리고오.................. 땀에 젖은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부탁을 하고.......... 나는 씻으러 가고............... 물마저 시원치 않다. 뜨듯미지근하다. 물을 끼얹는데도 땀은 야속하게도 여전히 흐른다.
11시 30분. 아버지 점심으로 부추부침개를 하나 해 드리고, 인삼차도 한 잔 타 드리고..............
나서며,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가냐?"
궁금하신 건지 내 외출이 언짢으신 건지..............
"약속이 있습니다."
찰칵을 들고 나섰다. 황선생께서 치자씨앗, 고수씨앗, 피마자씨앗을 안고 도착. 12시. 황룡시장으로 출발.
시원한 다리밑 주차장에 애마를 세워두고, 그 국밥집에 군민신문 변국장이 도착해 있다는 따르릉 전갈을 받고.
황선생은 여전히 그 국밥집 두 아주머니를 반가와하시고, 나는 아직도 몸에 열기가 식지를 않아 시원한 곳을 찾고. 에어콘이 빵빵하게 작동하는 안쪽엘 갔더니 아니 이건 너무 춥다. 감기들기 십상. 그래도 건강은 생각할 줄 알아 언능 나오고 만다.
막걸리를 한 병을 시켜놓고. 이렇게 찰칵 저렇게 찰칵. 국밥도 찰칵.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면서 내가 하는 말,
"이것도 병이지요? 중독?"
이제는 마시고 먹을 차례다.
오늘은 황선생님 안색이 참 좋으시다
내가 아니 우리가 먹을 국밥과 막걸리
마시고 먹고 일어선다. 그 동안 벌어진 시시비비. 황선생이 왈,
"아줌마, 그때 그 푸성귀로 담은 거 안 줘요?
뭐요? 아 그 깻잎? 벌써 다 먹었지요. 지난 장에 안 오셨지요?
서울에 있었지요."
어떤 옆 식탁 아저씨가 2000냥을 내밀면서 담배를 사다 달랜다.
"그거 안 돼요. 담배 심부름을 안 해요." 작은아주머니 말씀. 손님이 어처구니 없어 한다. 담배 하나 못 사다 주냔다.
큰아주머니가 나선다.
"음식점에서는 금연이라서 담배 못 사다 주게 되어 있어요. 고발하면 우리가 걸려요."
나도, 그 손님도, 황선생도 처음 듣는 야그다. 그런가 보다. 옆집에서 누군가가 시샘을 해서 고발을 한단다. 이웃사촌은커녕 이웃원수가 아닌가? 시장바닥이라는 곳이 원래 그런 것인가?
잘 마시고 잘 먹고 그리고 나와서 한 대 피우시고..................
두 분이 따로따로다. 관심사가 서로 다르다는 야그
재래시장이야 원래(?) 한가하다지만, 오늘은 더위 탓일까? 더 한산하다. 텅빈 가게 골목, 시장 골목.
이제 우리는 커피를 마실 차례다. 황룡시장에는 바리스타아줌마가 참 신식이다. 이동식이다. 여름이라고 냉커피. 일금 천 냥.
냉커피 세 잔이요오!
일단 병이라니까요. 스파트폰 중독증? 길가에서까지 만지고 계시잖아요? 사실은 사돈 남말 하고 있는 거지만...............
옆가게는 고추가게. 할머니라면 싫어하실 테고......... 아주머니가 고추를 다듬고 계시다. 찰칵을 한 컷 하라고 변국장이 한 마디. 내가 왈,
"저번에 찰칵하다가 혼났어요. 안 되지요?"
"사진 찍어서 워디다 쓴다요? 이쁜 젊은이나 찍지."
내 말이,
"곱게 늙으신 할아버니 할머니 찍어 놓으면 참 멋있어요."
그래도 그 할머니 아니 아주머니는 시큰둥하시다. 몰래 그냥 찰칵.
냉커피를 한 잔 하고 물까지 리필해서 마시고 돌아서는데 사건(?) 발생.
닭이 한 마리 우리를 탈출. 지 멋대로 노닌다. 도망가지도 않는다. 배회 중, 그래도 먹이는 찾는다.
돌아서서 나오는데 이 녀석이 그만 길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다. 놀라서 보니 나동그라져 있던 녀석이 잠깐 사이에 고개를 쳐든다. 잠깐 기절을 했던 모양이다. 사건은 이거다.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치고 달아난 거다. 찰칵을 들이댄 순간에 정신이 들었나 보다. 한 10초? 어떤 아저씨도 놀라 뛰어와 내려다보고 있다. 닭은 정신이 들어 고개를 쳐드는 순간이다. 그 다음에는 훌훌 털고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모이를 찾는 닭이었다. 저 녀석은 과연 며칠이나 더 살 수 있을까? 아, 닭생이여!
그렇게 오늘 하루도 시장탐사(?)를 마치고 귀가. 시골의 하루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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