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明廟嘗得一圖 出示群臣 皆莫知其爲何圖也 湖陰鄭士龍進曰 此乃西湖圖也 遂以手指點曰 此靈隱寺也 此湧金門也 此東坡所築之堤也 此錢鏐황금류之墟也 此趙碫知舍也 此林處士之所居也 歷歷若曾所目見 明廟以鞍具馬 立于庭 仍命侍臣作詩曰 有居魁者 以此鞍馬贈之 湖陰遂卽赴進一律詩曰 靈隱寺中鳴暮鍾 湧金門外夕陽舂 至今蟻垤개미둑질封猶合 依舊靈胥怒尙洶 湖舫客歸花嶼瞑 蘇堤鶯擲柳陰濃 錢墟趙社俱無所 欲問孤山處士蹤 明廟覽而稱賞 諸臣閣筆 遂賜鞍馬 許筠評謂舂容奇重 說盡一部西湖志於五十六字中
명종께서 일찍이 그림 하나를 얻어서 여러 신하들에게 내보였으나 모두가 그것이 무엇을 그렸는지를 아지 못하였는데, 호음 정사룡이 나아가 아뢰었다.
“이는 서호를 그린 것입니다.” 그리고는 손으로 점을 가리키면서 “이는 영은사이고, 이것은 용금문이고, 이것은 동파가 쌓은 제방이고, 이것은 전류의 폐허이고, 이것은 조단지의 집이고 이곳은 임처사가 살던 거처입니다.”라 했다. 역역히 일찍이 눈으로 본 것처럼 하니, 명종께서 안장을 얹은 말을 뜰에 세워놓고, 곧 모시는 신하들에게 명하여 시를 짓게 하고서는 일등을 하는 이에게 이 말을 주겠노라 하셨다. 호음이 마침내 즉시 나아가 율시 한 수를 지었다.
영은사에는 저녁 종소리 울리는데
영금문 밖에는 석양이 비껴 비치네.
지금은 개미둑을 봉한 것 같지만
옛 오자서의 혼령은 오히려 노하여 물결 일으키네.
호수에 뜬 나그네 배 돌아가니 꽃섬은 아득하고
버들 숲 우거진 소제에는 꾀꼬리 날고 있네.
전씨의 집터 조씨의 사당 모두 찾을 길 없으니
고산에게 처사의 종적이나 물을까 보다.
명종께서 보시고 칭상하시니 여러 신하들은 붓을 거두었다. 마침네 안장 얹은 말을 하사하시었다. 허균이, 조용하면서도 기발하고 무게가 있어 쉰여섯 자 속에 서호지 한 권을 다 말하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