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洪于海 少時 與息菴金相 同做郊亭 一日 有一白衲 負册橐 拜前 金問曰 何來何僧 背負何書 僧曰 貧道住金剛十年 住智異亦十年 今向妙香山 路過門前 故敢謁 因解橐 出所負書 乃五家解一部也 僧備說楓岳 頭流之勝 千岩萬壑 若羅在目前 僧臨行請曰 願兩措大 各賦一詩 以侈行橐 洪先書一絕曰 錫杖隨雲過野亭 蕭然一橐負禪經 談移萬瀑雙溪勝 山在山人舌上靑 萬瀑在金剛 雙溪在智異 金閣筆驚歎 洪促金繼之金曰 此正詩人妙境 吾不可效嚬也
홍우해가 젊었을 때 식암 김상과 함께 교외에 정자를 지었다. 하루는 흰 장삼을 입은 이가 책보따리를 지고 앞에 와서 절을 했다. 김상이, 어찌 온 무엇 하는 중이며, 등에 진 것을 무슨 책이오 하고 물었다. 중이, 저는 금강산에 십 년, 지리산에 십 년 살았고 지금은 묘향산을 향하다가 문앞을 지나는 길에 감히 뵙고자 한 것입니다라 하고서는 보따리를 풀어서 지고 있는 책을 꺼내는데 곧 오가해 한 부였다. 중은 풍악과 지리의 명승지 천암만학을 마치 눈앞에 펼쳐놓은 듯이 갖추어 설명을 했다. 중이 길을 떠나면서, 원컨대 두분 선비께서 각각 시 한 수씩 지어주셔서 나그네의 보따리를 풍성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 했다. 홍이 먼저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중이 구름 따라 가다 시골 정자에 들러
초라한 자루에 불교 경전을 짊어졌네.
말이 만폭동과 쌍계사 승경으로 옮아가니
산이 산인의 혀에서 푸르기도 하구나.
만폭동은 금강산에 있고 쌍계사는 지리산에 있다. 심이 붓을 내려놓으며 경탄했다. 홍이 김상에게 이어 지으라고 재촉하니, 김이, 이것이 바로 시인의 묘경이니 내가 흉내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