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감개가 무량하다. 66년만에 딸아이 아들아이가 차린 생일상을 받았다. 한 마디로 설마 했었는데 참 맛있다. 요리를 배운다나 어쩐다나 하는 말을 아내에게서 얼핏 듣기는 했어도 설마 했었는데, 아이는 참 열심히 배웠나 보다. 우선 밥상부터 보기로 하고,
우선 느낌이 간략하면서도 깔끔하다. 밥도 잘 지었고, 그 옆에 자리한 호박된장국이 맛으로 따지자면 일품. 이건 우리 가족 넷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했던 바. 그 안쪽으로 들어가서 네모난 접시에 담긴 삼치엿장찜, 가시 하나 씹히지 않게 다 발라내서 적당히 익힌 맛이 근사함. 그 곁 둥근 접시에는 아스파라가스를 곁들인 불고기. 네모나고 파란 기운이 도는 접시에는 천경채 겉절이다. 입에 들어가면 모두가 사근사근이다. 마지막으로 뚜껑도 미처 안 연 작은 그릇에는 묵은 김치가 담겨 있다. 이렇게 아이가 만든 진수고 성찬이다.
이런 식탁을 우리 네 가족이 둘러앉아 도라도란. 참 오랫만이다. 나는 시골에 있고, 아이들은 밤 늦게 퇴근을 해서 이렇게 오붓하게 둘러앉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우리 내외는 서로 눈을 맞추며 씨익 웃는다. 그 속에는 '아니 이런!' 하는 감탄이 들어 있어 서로 교차한다. 퇴근이 보통 2,3시여서 잠이 엄청 모자라는 아이가 어느 틈에 요리는 배우고 이런 상을 차리려 했단 말인가! 부모인 우리 눈에는 기특하기만 하다. 고슴도치가 지 새끼를 보고 함함하다고 하는 격이기는 할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 가족은 서울에 넷이다. 시골에 내가 모시고 있는 95세이신 아버지. 이렇게 다섯 식구다.
찍사하느라고 아들이 빠졌다
얘가 아들아이다
다음은 아이들이 상을 차리는 과정의 일부다.
재료의 일부다 중간에 보이는 쯩은 옛날의 내 학생증이다
가스불 앞에서 덥다 불평 한 마디 없이 열심인 딸아이
아들아이는 옆에서 네비게이션했단다
그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한참을 빈둥거리니 또 아이들이 케익을 들고 나선다. 촛불은 단 하나. 나는 그래서 오늘부터 일 년은 한 살이다.
케익도 예쁘고 맛있다
아이들 덕에 감격의 생일상을 받아먹었다. 실은 오늘이 내 생일이 아니다. 나는 순수한 대한민국산이 아니다. 태어나고 한 이레가 지나는 날 광복이 되었단다. 양력으로 치면 오늘이 내 생일이다. 그래서 내 본명이 도미니꼬다. 음력으로는 7월 초하루니까 벌써 한 주 전에 지난 거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내 아버지의 생신이 6월 27일. 해마다 2,3일 지나면 내 생일이다. 그러니 아버지 생신에 눌려 그 동안 옳게 내 생일을 차리지를 못했다고 내 색시가 맨날 내게 미안해 해 왔다. 그래서 올해에는 아버지 생신은 시골에서, 내 생일은 서울에서 아이들이 차리겠단다. 그래서 지난 주에 상경하기로 했었는데, 그만 서울에 그 베네치아 물난리가 나고 말아 이번 주에 올라와 내가 이런 상을 받아먹게 된 거다. 우리 아버지는 내 생일이 언제인지도 기억 아니(?) 하신다. 나도 그러려니 하고 만다. 생일이 뭐 대수라고, 내가 태어날 날짜를 스스로 잡은 것도 아닌데 뭐......... 그러고 만다.
그런데 금년에는 감격이다. 딸아, 아들아 고맙다. 先비께서 늘 하시던 말씀.
" 자식은 세 살때까지 효도 다 하는 거다. 더 바라지 마라."
그러시던 어머니는 이제 안 계신다. 당신께서는 말씀대로 하나도 자식들에게 바라tl는 바가 없으셨다. 부자집 장녀로 태어나셔서 아쉬운 거 하나 없이 장성하시다가, 가난하기 그지없는 우리집에 오시어 아이 11남매를 나시어 셋을 먼저 보내시고 여덟을 대학까지 가르치셨다. 큰댁에서 분가할 때 초가 한 채, 딸랑 300평 논 한 마지기를 받으셨단다. 그걸로 자수성가하시어 우리 8남매를 키우셨으니 그 고초야 말해 무엇할 것인가! 다행히 생존해 계시는 우리 아버지 무념무상이시다. 당신 속으로 무슨 상념을 들어앉히고 계실까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생일밥상
아이가 태어나서 손안에 바둥대더만
내 머리 반백이자 어느새 어른되어
온 정성 지지고 볶아 진수성찬 차렸네
딸아 아들아 정말 고맙다. 그리고 잘 잘 또 잘 먹었다. 이제부터 일 년은 배부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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