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凡效古人之體者 必先習讀其詩 然後效而能至也 否則剽掠猶難 譬之盜者 先窺諜富人之家 習熟其門戶墻籬 然後善入其宅 奪人所有 爲己之有 而使人不知也 不爾 及夫探囊胠겨드랑이거箧상자협 必見捕捉矣 余自少放蕩無檢 讀書無甚精 雖六經子史之文 涉獵而已 不知窮源 况諸家章句之文哉 旣不熟其文 其可效其體 盜其語乎 此所以不得不作新語
대체로 옛 사람들의 시체를 본받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그 시를 먼저 습독한 뒤라야 본받을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표절하기도 어렵다. 이를 도둑에 비유한다면 먼저 부잣집을 엿보고 그 집의 문과 담을 익힌 다음에라야 그 집에 몰래 들어가서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하고도 남이 모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무턱대고 주머니를 뒤지고 상자를 열면 반드시 붙잡힌다. 내가 어려서부터 방탕하고 검소하지 못해서 책을 읽는 데도 그리 세세하지 못했다. 육경 제자 사서를 섭렵했을 뿐 그 근본을 궁구하지는 못했다. 하물며 제자의 장구의 글들이랴? 그 글에 익숙하지 못하고서 그 체를 본받을 수 있으며 그 말을 훔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새말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