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余與車五山 行至龍彎 一日 五山邀余 往遊九龍臺 至則層崖矗入萬仞 臨之 可以望中夏山川靺鞨地方 其下泓渟深黑 怒濤洶湧 卽九龍淵也 五山命席 坐其上 使侍者 連粘紙五六幅 進筆硯 將慾以窮我 余窃料 此翁不可與爭多 宜速賦一詩 走避其鋒 可也 乃書短律一首以示 時 五山之作 已就卄許韻也 以左手捲紙 而韜其詩 側面而見余詩訖 吟呻數三聲 促令僕從整駕 遂還其寓 余又隨之 强問其故 五山發笑曰 吾之平生所喜用文子 六鰲兩字 而君詩中 其六鰲對九龍 爲君所先 神氣忽沮 故罷還耳 相對一笑 盖余詩有山疑六鰲戴 江到九龍深之語 故云 儐相聞之爲捧腹
내가 차오산과 용만에 간 어느 날 오산이 나를 맞아 구룡대에 놀러갔다. 이르러 보니 절벽이 만 길이나 곤두서 있는데 올라가니 중국의 산천과 말갈의 땅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밑에는 까만 깊은 물이 있고 성난 파도 일렁거리는데 곧 구룡연이었다. 오산이 자리를 마련하게 하고는 그 위에 앉아서 심부름꾼에게 종이를 오륙 폭 붙이게 하고서는 붓과 벼루를 가져오게 하여 나를 놀리려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 어른과 많이 다툴 수 없으니 응당 빨리 시 한 수를 지어서 그 예봉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곧 단율 한 수를 지어 보여주었다. 그때 오산의 시는 이미 이십 운쯤 나아가 왼손으로 종이를 말아가며 그 시를 숨기고는 얼굴을 돌려 내 시를 다 보고나서 두서너 소리 읊어보더니 급히 하인을 재촉하여 가마를 준비시켜 마침내 자기 숙소로 돌아갔다. 나도 그를 따라가며 굳이 그 까닭을 물었다. 오산이 웃으며, “내가 평생 즐겨 사용하는 문자가 육오 두 자인데 그대의 시 중에 육오를 구룡 대구로 썼던데 그대가 선수를 쳐버렸으니 신기가 갑자기 막혀서 그만두고 돌아온 거라네.”라 했다. 서로 대하고 한 바탕 웃었다. 내 시에는,
산은 여섯 마리 자라가 떠메고 있는 듯하고
물은 구룡연에 이르러서 깊기도 하구나.
라는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접반사가 이를 듣고서는 배를 잡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