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柳斯文塗有詩才。少時遊戲靑樓。嘗以一絶書娼家壁上曰。半世靑樓食。熏天衆謗喧。狂心猶未已。白馬又黃昏。一日鵝溪相公自宴所辭歸。勢未能及於家。借道傍人舍而止歇。卽娼家也。旣醒。見壁上題而大驚。逢人輒及之。滿城一時傳詠。其所膾炙落句也。而鵝相曰。靑樓食之食字。最難下云。余嘗思惟則蘇長公未壁賦註。引朱子語錄云。吾與子之所共食食字。誤作樂字。見東坡手本。皆作食字。卽食色之食。蓋鵝相之許靑樓食之食者。以與所共食同義也。抑未必用意至此。寔出於鵝相之高見。柳嗜酒廢讀。竟不能究其才。惜哉
선비 유도는 시재가 있어 젊었을 때 청루에서 놀면서 일찍이 창가의 벽에 절구 한 수를 썼다.
반생을 청루에서 먹으니
날이 갈수록 뭇 비방 시끄럽네.
미친 마음 아직도 그치지 않아
저물녘에 백마 타고 또 들르네.
하루는 아계 상공이 연회에서 헤어져 돌아가다가 형세가 집까지 갈 수가 없어서 길가 사람의 집을 빌려 잠깐 쉬게 되었는데 바로 그 기생집이었다. 술이 깨어 벽에 써 있는 시를 보고는 크게 놀랐다. 사람을 만나면 바로 그 이야기를 하니 온 성이 한 때 전하며 암송하게 되었는데 그 중 회자된 것은 낙구였다. 아계 상공이, ‘청루식’의 ‘식’자는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라 했다. 내가 일찍이 생각해 보니 소장공이 벽시에 주를 주자의 어록을 인용한 것이라 했다. 나와 내 자식이 식자를 공유했던 식자는 락자를 잘못 쓴 것이다. 동파의 수결본을 보니 모두 식자였으니 곧 ‘식색’의 ‘식’이었다. 아마도 아계 상공이 ‘청루식’의 ‘식’자를 인정한 것은 ‘공식’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사용한 의미가 이르지 못한다. 이는 아계 상공의 높은 식견에서 나온 것이다. 유가 술을 좋아해서 독서를 그만두고 끝내 그 재주를 궁구하지 않았으니 애석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