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林正郞白湖悌 爲詩學樊川名重於世蓀谷嘗論人詩品及於白湖目之能手聞者皆以爲善喩白湖年少時自湖西向洛政當窮冬風雪滿天道上成一律曰大風大雪高唐路一劍一琴千里人鳥啼喬木暮煙冷犬吠孤村民戶貧僮寒馬病若無賴嘯志歌懷如有神悠悠忽起故園思錦水梅花南國春高唐所過地名也成大谷先生見此詩願見其面白湖遂造拜甚驩癸未甲申年間成先生牛溪爲銓曹亞判憐其抱才沈滯將欲吹噓邀而與之語問其姓氏所由來仍曰必累世奕閥矣對曰數三代忝得科名人以爲貴姓而實則起於寒微世葉未久矣牛溪大加奬歎謂其有拔俗氣像將置淸班遂與於弘文錄未幾病逝其所爲詩絶無窮態竟不振何哉

 

정랑 백호 임제가 시를 지으면서 번천 두목을 배워 이름이 세상에 크게 났다. 손곡이 일찍이 사람들의 시를 논하다가 백호에 이르러서 그를 가리키며 능란한 솜씨라 했더니 듣는 이들이 모두 잘한 비유라고 여겼다. 백호가 나이 젊었을 때, 호서에서 서울로 오고 있었다. 때가 마침 추운 겨울이어서 풍설이 온 천지에 가득했는데, 길에서 율시 한 수를 이루었다.

 

대단하고 대단한 풍설 속 고당 길에

칼 한 자루 거문고 하나로 천 리를 가는 이.

새 조잘거리는 교목에는 저녁연기도 차갑고

개 짖는 외딴 마을 백성들 가난도 하구나.

어린 종은 덜덜, 병 든 말 믿을 곳 없는데

뜻을 펴고 노래하노라니 신들린 듯

유유히 문득 고향 생각 이니

금수의 매화는 남국의 봄을 알리겠지.

 

고당은 지나는 곳 지명이다. 성대곡 선생이 이 시를 보고는 그를 면대하고자 했다. 백호가 드디어 나아가 절하자 아주 기뻐하였다. 계미 갑신 연간에 우계 성혼이 전조아판이 되자 그가 재주를 가지고서도 친체한 것을 불쌍히 여겨 추천하려고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했다. 그의 성씨와 그 유래를 묻고는 곧 틀림없이 여러 대에 걸친 좋은 가문이리라 하니, 대답하기를, 수삼 대를 욕되게 과염을 얻어 남들이 귀한 성씨라고 하나 실은 한미한 집안에서 일어나 세대가 오래지 않았습니다라 했다. 우계가 크게 탄식을 하며 이르기를, 그는 세속을 벗어날 만한 기상이 있다 하고는, 청반에 두려고 해서 마침내 홍문록을 주었으나 오래지 않아 병으로 죽었다. 그 지은 시는 뛰어나서 궁태가 없는데도 끝내 떨치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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