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李斯文春英號體素。以文翰自豪。其文其詩。專尙富麗。滔滔不竭。每於衆會中。論人才長短。奮臂獵髥。高聲大吒。雖文人才子。廁其旁皆不敢與之頡頑。任處士錪號鳴皐。一生用功於詩。而所讀李白唐音而已。亦善於談詩評句。聞者側耳。平生所不取者。體素之詩也。兩人論議交角。至死不相屈。體素登永保亭詩曰。月從今夜十分滿。湖納晩潮千頃寬。句圓意足。鳴皐嘗於道上。有斷靄孤城夕。寒蟬老樹秋之句。淡雅可詠。見此兩聯。知果不能相合矣。世之知詩者論及兩翁。謂體素爲麤豪。鳴皐爲寒儉。未知此論何如也。
선비 이춘영은 호가 체소인데 스스로 문장이 뛰어나다고 여겼다. 그의 글과 시는 오로지 부려함을 숭상해서 도도히 흐르는 물처럼 마를 줄 몰랐다. 매번 여러 사람이 모인 가운데서 인재의 장단점을 논하면 팔을 걷어부치고 수염을 떨면서 큰 소리로 꾸짖으니 비록 문인재자라 하더라도 그의 곁으로 물러나 감히 더불어 따지지 못하였다. 처사 임전은 호가 명고인데 죽을 때까지 시에 공을 들였으나 읽은 것이 이백의 시와 당음뿐이었는데도 역시 시구 비평은 잘해서 듣는 이들이 귀를 기울였는데 평생 취하지 못한 것이 체소의 시였다. 두 사람의 논의가 호각을 이루어 죽을 때까지 서로 굽히지 않았다. 체소의 등영보정시.
달은 오늘밤부터 보름달이 되고
호수는 만조로 끝없이 넓기만 하네.
시구가 원만하고 뜻이 넉넉하다. 명고가 일찍이 길에서,
해질녘 외딴 성에 노을 걷히고
가을 날 고목에는 한가로이 매미 우네.
라는 구절을 얻었는데 담아해서 읊을 만하다. 이 두 연을 보건대, 과연 서로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의 시를 아는 이들이 이 두 사람을 논하여 체소는 거칠고 거리낌이 없다 했고, 명고는 차갑고 검소하다고 했는데 이 논평이 어떠한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