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權石洲韠 以白衣從事 從儐相月沙 至西關 相得歡甚 後 石洲自京將還江華 就辭于月沙 時適日暮 月沙秉燭呼酒 白洲在側 使之呼韻 令石洲賦詩 石洲辭以行忙 月沙强之 白洲遂呼昏字 石洲卽應聲曰 寒天銀燭照黃昏 白洲又呼門字 石洲輒應曰 鍾動嚴城欲閉門 白洲欲窘之 呼髠머리깎을곤字 卽繼應曰 異禮向來慚始隗험할외 淸尊何幸獨留髡 石洲又隨呼隨應曰 未將感激酬高義 空自周旋奉諸言 末句呼論字 石洲揮袖曰 末句當闊展矣 仍朗吟曰 明日孤舟江海闊 白頭愁絶更堪論 作畢卽出去 月沙深服 每對人輒言其才不可及云
석주 권필이 백의로 종사관이 되어 빈상 월사를 따라 평안도에 이르러 서로 아주 즐겁게 지냈다. 후에 석주가 서울에서 강화로 돌아가려 할 때 월사에게 가서 하직을 했다. 그때 마침 해가 지고 있었는데 월사가 촛불을 켜고는 술을 시켰다. 백주가 곁에 있었는데 그에게 운을 부르게 하고는 석주에게 시를 짓게 했다. 석주가 갈 길이 바쁘다고 사양했는데 월사가 강요하자, 백주가 마침내 혼이라 하자 석주가 즉시 응해서 읊었다.
차가운 하늘에 은촉은 황혼을 비추고
백주가 또 문이라 하자 석주가 갑자기
종소리가 울리니 엄한 성은 문을 닫으려 하네.
라 했다. 석주가 그를 골리려고 군자를 부르니 즉시 이어서 응하기를,
특이한 예우는 곽외로부터 시작함을 줄곧 부끄러워했더니
맑은 술동이 어찌 다행이 아니랴, 중에게만 남은 것을.
석주는 또 부르는 데 따라서 응하여 읊었다.
감격해서 높은 의리에 보답하는 게 아니라
다만 스스로 주선하여 저 말씀 받드는 것이라네.
말구로 논자를 부르자, 석주가 소매를 떨치며, 말구는 마땅히 광활하게 펼치리라 하고서는 낭낭히 읊었다.
맑은 날 쪽배에 강을 넓기만 한데
흰머리에 근심 없어지는 일 다시 논하랴.
짓기를 마치자 나가버렸다. 월사가 깊이 감복하고서는 매번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의 재주는 미칠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