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五言排律 始見於初唐 而杜子美爲一百韻 麗朝李相圃奎報爲三百韻 至我朝, 疎庵任叔英為七百韻 寄東岳李安訥 其詩廣博奇僻眞千載杰作也· 雖以老杜大手, 尙止百韻, 後世詩人, 亦無如此大作, 而踈庵始創之 可見其囷廩之富也· 東岳以一律答之曰 萬曆己未秋, 任公七百韻吾投· 自從唐漢未會覷 縱有杜韓那可酬 奧理庖羲卦外括 秘文蒼頡字前搜 是年大旱樵山岳 定是天驚地亦愁 此盖欲以小敵大也 未知孫仲謀三萬兵 可敵曺公入十萬否
오언배율은 초당에서 처음 보이는데, 두자미가 일백 운을 지었고, 고려 이규보가 삼백 운을 지었고, 우리 조선에 이르러서는 소암 임숙영이 칠백 운을 지어서 동악 이안눌에게 보냈다. 그의 시는 넓고도 넓으며 아주 기이해서 천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하는 걸작이었다. 그러나 두보와 같은 대가로서도 오히려 일백 운에 그쳤고 그 후세의 시인 역시 이런 대작이 없었는데도 소암이 그것을 처음으로 지었으니 그의 재주가 넉넉함을 알 수 있다. 동악이 율시 한 수로 답하였다.
밝으신 황제 만력 기미년 가을에
임공이 칠백 운을 내게 보냈네.
당 한 이래로 보지를 못한 것이니
두보와 한유인들 어찌 응수하리.
오묘한 이치는 복희씨의 괘에서 알았고
숨겨진 글은 창힐의 문자에서 찾았네.
금년에는 큰 가물로 산악이 불타는데
정녕 이는 하늘이 놀라고 땅이 걱정한 것이로다.
이는 아마도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대적하려고 한 것이니, 손권이 삼만 병으로 조조의 백만 대군을 대적할 수 있을지는 아지 못하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