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柳道三號紫霞翁 甞奉使北關 遍遊花酒塲 還到安邊釋王寺 賦一律曰 三千官路往來忙 到底繁華閱幾塲 卽此機心還寂寞 從前豪興太顚狂 晨鍾洗盡笙歌耳 晚茗淸開酒肉膓 暫借蒲團成一睡 滿山松籟夢中凉 脫洒繁華之境界 剩得淸閑之意趣 詩與神會 發語蕭爽 才格之不凡 可想矣
유도삼의 호는 자하옹인데 일찍이 함경도에 사신으로 가서 두루 여색과 술에 빠져 놀다가 돌아올 때 안변 석왕사에서 율시 한 수를 지었다.
삼천리 벼슬길 오가며 바쁜 중에도
도대체 번화가를 몇 번이나 들렀던고.
이곳에 이르고 보니 기심은 도리어 쓸쓸하니
예전의 호방한 흥취 너무 미친 짓.
새벽종소리 피리와 가락 듣던 귀 씻어 주고
해질녘 찻물, 고기와 술 마시던 창자 씻어 주네.
잠시 자리 빌려 한 잠 이루니
온 산의 소나무 소리 꿈속에서도 시원쿠나.
번화한 경계를 깨끗이 벗어나 맑고 한가한 의취를 한껏 얻었다. 시와 정신이 만나 시어가 상쾌하니 재주가 범상치 않음을 알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