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唐岑參毎作一篇 人人傳寫 雖戎狄蠻貊 無不吟誦 李益毎一篇成 天下皆被之絃歌 施之圖畫 二子之詩 何令人景慕至此哉 今之世 雖有出類之作 人無篤好者 豈今與古異 而不遇賞音者耶 余甞於龍湖亭榭 有一絕云 古木寒雲裡 秋山白雨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人皆傳誦 余之平日所作勝於此者 多矣 而此詩最得膾炙 豈詩亦有遇不遇者耶 孝廟甞使畫工繪禁屛也 書下此詩 命模進此詩之景 噫 拙句非有聲之畫 而猥蒙睿覽 至被繪畫 實曠世之盛事也
당의 잠삼은 매번 한 편의 시를 지으면 사람들이 전해가며 베꼈고 비록 사방의 오랑캐라도 읊조리고 외우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익은 매번 시를 한 편 완성하면 천하가 다 음악에 맞추어 노래부르고 그림으로 그렸다. 이 두 사람의 시가 어찌하여 사람들의 경모가 이에 이르게 했을까? 요즘 세상에는 비록 뛰어난 부류의 작품이 있어도 아주 좋아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예와 이제가 달라서인가?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해서인가? 내가 일찍이 용호전사에서 절구 한 수를 지었다.
고목은 차가운 구름 속에 있고
가을 산은 소나기 저편에 있네.
저물녘 강에는 물결이 이니
고기잡이는 후다닥 배 돌리네.
사람들이 모두 전하며 외웠는데 내가 평소에 지은 작품 중에는 이보다 나은 것이 많다. 그러나 이 시가 가장 많이 회자되었으니 아마 시 역시 때를 만나고 못 만남이 있는 것인가? 효종이 일찍이 화공에게 대궐의 병풍을 그리게 했는데 이 시를 써 주고서는 이 시의 경치를 그려 올리라 했다. 아, 내 이 시는 성가가 그림까지 그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외람되게도 임금의 눈에 들어 그림까지 그리게 되었으니 실로 온 세상에 보기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