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處士許格 號滄海 少學詩於東岳 得其傳 崇禎丙子以後 遂停擧業 自稱大明逸民 足跡罕到城市 年八十餘 以壽終 其 春帖詩云 栗里陶濳宅 荊州王粲樓 眼前無長物 江漢一孤舟 李白軒景奭甞赴燕 以詩送之曰 天下有山吾已遯 域中無帝子何朝 節槩與詩格並高 臨沒盡焚其稿 題一絕曰 簇簇千峰削玉層 攸攸一水繞村澄 臨流故斫桃花樹 恐引漁郞入武陵 以見其志 孰謂今世有斯人耶

 

처사 허격은 호가 창해인데, 어려서 동악에게 시를 배워 그의 전인이 되었다. 숭정 병자년 이후에는 마침내 과거를 보기 위한 학업을 그만두고 스스로 대명일민이라 일컬었다. 발길이 성안에 도달함이 드물었는데 나이 팔십 남짓에 목숨이 다했다.

 

그가 쓴 춘첩시.

 

율리는 도잠의 집

형주는 왕찬의 누대

눈 앞에 큰 물건 없는데

강한에는 배 한 척 떠있네.

 

백헌 이경석이 일찍이 연경에 갈 때 시로써 전송했다.

 

천하에 산이 있어 나는 이미 숨었고

역중에 황제 없으니 그대 누구에게 조회하나.

 

절개와 시격이 다 높다. 죽을 때 그 원고를 다 불살라 버리고 절구 한 수를 지었다.

 

뾰족뽀족 수많은 봉우리 옥을 깎아지른 듯

유유히 마을 감싸고 흐르는 물은 맑기도 하네.

물에 와 일부러 복숭아 나무 꺾음은

어부를 무릉도원에 끌어들일까 저어해서라네.

 

그의 뜻을 알 수 있으니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는 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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