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鄭東溟斗卿 一生多讀馬史 發為詩文者 渾浩沈雄 磨天嶺詩曰 駈馬磨天嶺 層峯上入雲 前臨有大澤 蓋乃北海云 下句全用馬史 匈奴傳 本語 而氣像雄渾 其餘古律諸篇 傑然特出 泱泱乎如擊洪鍾然 我東作者 鮮有其比 ,柏谷甞以己作示東溟 東溟曰 君常謂學唐 何作宋語也 柏谷曰 何謂我宋語耶 東溟曰 余平生所讀誦唐以上詩也 君詩中文字 有曾所未見者 必是宋也 柏谷嘆而服之
동명 정두경은 평생 사마천의 사기를 많이 읽어 시문을 지은 것이 크고도 넓고 깊고도 웅장했는데 마천령시
말 달려 마천령에 오르니
층층이 봉우리 구름 속에 들었네.
앞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모두들 북해라고 한다네.
아래 구절은 사마천의 사기 흉노전에 있는 말을 그대로 인용했는데 기상이 웅혼하다. 그 밖의 고시와 율시들도 우뚝하게 빼어나고 끊이지 않아 마치 큰 쇠북종을 치는 것과 같았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 그와 비견될 만한 이는 드물다. 백곡이 일찍이 자기가 지은 시를 동명에게 보이자, 동명이, 그대는 늘 당시를 배운다고 했는데 어찌 송나라 시를 지었는가?라 했다. 백곡이, 어째서 내 작품을 송시라고 하는가?라 하자, 동명이, 내 평생 당시 이상의 시를 읽고 외웠는데 그대 시의 문자 가운데 일찍이 보지 못한 것이 있으니 틀림없이 이는 송시일 것이오라 하자, 백곡이 감탄하고는 탄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