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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8시반. 황선생께서 따르릉을 해 오셨다. 휴림에서 점심 초대란다. 12시에 필암서원에서 상봉하기로 약조. 중용도 마치고 서예도 마치고, 그리고 황선생과 출발. 길을 내가 서삼쪽으로 가자 해서 그만 한참을 헤매고 말았다.
휴림으로 가는 길, 장성에서 고창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가 그 동안 시멘트포장이 완료되어 있었다. 봄은 바야흐로 무르익고. 봄꽃은 거의가 시들어가고 이제는 녹음이다. 그래도 자귀나무는 꿈속이다.
네 가족이 힘을 모아 휴림을 끌어나가는 모습이 참 향그럽다. 우리에게 차려주신 정성이 흘러넘치는 밥상.
청정음식에 따뜻한 정성을 담은 점심을 즐기고 주인 동해 씨와 우리 셋은 제일 풍광이 수려한 마루와 마당에서 봄산의 조화에 찬탄 또 찬탄. 차를 한 잔 더 하고 가라는 주인 내외의 간곡한 권유를 뒤로 우리는 귀로에 올랐다. 온 천지가 신록이다.
고개를 넘어 돌아오는 길에서 내가 숲속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냥 '스톱'. 영문을 모르는 황선생께서 으아해 하시거나 말거나 내 시선은 오로지 숲속이다. 그곳에 앵초란 놈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아니 그럴 수가 있는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우리는 가시덤풀 숲을 헤집고 길도 없는 곳을 어렵사리 들어간다. 가는 길에서 또 횡재. 쥐오줌풀이 반개하고, 그 곁에는 황선생께서 좋아하시는 구글붕이가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핀 것들이 인사를 한다. 내 복장은 산속을 뚫고 가기에는 영 아닌 옷차림. 그래도 어쩔 것인가? 찰칵, 찰칵, 또 찰칵.
내려와 길가를 더듬으니 그곳에 조팝나무, 고사리, 토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산길을 벗어나 찻길에 내려서니 그래도 황선생께서는 아쉬우신 모양이다.
"더 올라가 볼까요?"
"뭐 그냥 가지요. 내 복장이 이래서요."
그러고도 황선생께서 여기저기를 아쉬운 마음에 두리번거리시더니 드디어 한 건 하셨다. 색깔이 곱기가 그만이다. 현호색 같아 보이는데, 자주괴불주머니를 닮았다. 확인을 해 봐야겠다.
이렇게 하루 낮을 한가롭게 보내고 금곡영화마을을 벗어나 기산리에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며 감사. 오늘도 하루 해는 그렇게 져간다. 내일은 어린이날, 장성 홍길동출제 시작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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