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아침 6시 설기랑 산책나드리. 벼들은 이제 노랗게 익어가고.......... 설기는 앞서서 뛰고 걷고 달리고 많이 앞서면 서서 '어느쪽으로 갈 거냐?'며 나를 기다리고....... 그렇게 우리는 토끼뜰 農路를 달린다

유탕쪽 산위에 여명이다. 구름에 쌓이고.........

유탕여명1-0940.jpg

 

유탕여명4-0965.jpg

 

10시반이 넘어 집을 나와 40여 분을 걸어서 터미널에서 11시 30분. 포천행 출발  3시에 센트럴에 도착. 3호선 전철로 갈아타고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 강변역에 내려 일동행 버스로 다시 환승. 5시에 일동에 내려 임과장의 마중을 받아 센터행. 모두들 반가와하신다.

선테안개-0971.jpg

6시에 저녁을 먹고 7시반에 초등학교 아이들과 수업. 23명의 아이들이 잘도 듣는다. '끌어당김의 법칙' 마침 경인방송에서 와 수업장면을 녹화하고 있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프로그램에 오를 거다. 몇 분이나 할애될지?

잠을 푹 자고 아침에 일동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안개 자욱한 센터를 떠나 일동에서 동서울행 버스에 오르며 보니 8시 13분이다. 졸다가 동서울에 도착해 보니 9시 15분이다. 오면서 승이와 통화. 점심을 하기로 약속. 집에 오면 내 색시는 없을 거라 했다. 공부하러 가니까. 반가와하시는 수위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현관문을 여니 가족의 훈기가 물씬 묻어온다. 따스하다.

오전을 빈들거리다 점심때 승이를 만나서 장한평행. 맛있는 부페 한식을 점심으로 먹고 기정이까지 만나 야그를 나누고 을지로3가행. 망가진 현관문 열쇠를 사기 위해서다. 두 벌을 사들고, 장성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3cm 경첩을 10개 사고, 미니 세면대의 자동폼업을 사들고 귀가.

오후내내 집에서 빈둥거리다 5시 40분에 색시와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5시 출발. 광화문을 빠져나오려는데 입구에 住皇城 유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황성문장-098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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住皇城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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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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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물은 벼루를 닮았으나 용도를 알 수가 없다. 면이 매끄러운 것을 보면 벼루는 아닌 성 싶다

돌1-098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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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물은 튼튼한 마차

 

8번출구 계단 아래에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사진으로 정리해 놓고 있었다.

현대사2-0991.jpg

김구 선생 얼굴도 보이고 문익환 목사도 보이고 윤동주도 보이고 전태일도 보이고 유관순도 보이고 우리 현대사를 수놓은 이들을 모아 놓았다.

현대사1-0978.jpg

 그리고 한 켠에는 독도 모형이 유리상자 안에 갇혀 있다.

독도모형-0976.jpg

 

6시에 색시를 만나 8번 출구에서부터 해매기 시작. 역시 서울은 낯설다. 구세군회간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그 안 골목에 '나무가 있는 집'이 있다는데 광화문 8번 출구 운운했으니 너무 먼 거다. 그냥 신문로 구세군회관 뒷골목이라 했으면 그런 혼동은 없으렷다. 찾고 찾아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예약석에 앉아 기다리니 그들이 온다. 이제는 다 제대할 처지다. 재홍씨는 벌써 했고, 진철씨도 지난 8월에 제대해서 이제 25일이면 첫 연금을 받아 볼 거란다. 종휘씨는 내년 2월이고.......... 최교장만 사오년 남았나 보다. 교육청에 들어가 오늘도 회의차 참 바쁘단다. 그냥 얼굴만 비치고 간다.

내 색시가 저녁을 산다니 그들이 의아해 한다. 무슨 좋은 일이 있냐는 눈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실토. 그동안 돌봐주셔서 고맙다는 뜻이라고. 맛있는 저녁을 막걸리와 함께 즐기고 12월 16일을 기약하고 석별.

돌아오는 길에 색시와 걸어서 광화문을 구경하는데,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야외공연이 막 끝나가고 있었다.

세종회관1-0994.jpg

서린동에서 우리 둘은 택시를 타고 귀가. 날씨가 아직은 더워서 씻고 나니 살 것 같다. 곧바로 나는 자고 아이들과 색시는 희희낙낙. 만나면 참 즐겁게 얘기들을 한다. 잠결에 들어도 참 좋다. 내 복이다. 감사.

 

다음날. 토요일.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색시는 빨래며 집안 정돈에 바쁘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색시의 해드폰을 손본 것 하나. 5시 40분 '시간있어요' 모임차 집을 내가 먼저 나서고. 코앞 소월아트홀 맞은 편 '화로구이'집행. 도착하니 벌써 요한형제내외가 와 있다가 반가와한다. 방이 따로 있느냐니까 전화에서는 있다더니 실제 와 보니 없다. 이제 와서 탓하면 뭐하나? 그냥 참는다. 물론 큰형이 못마땅해 하신 건 물문가지. 왕십리 5거리 길이라서 해맨 분 신부님, 암브로시오. 내가 보기에도 8번 출구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 7번 8번이 모두 왕십리 역쪽을 향하고 있으니, 그 중 하나인 8번은 한양대쪽으로 나 있어야 합리적일 듯싶다. 오늘은 요한 형제가 아들 회계사 합격과 취업 턱으로 빨랑카를 하시고............  2차는 왕십리 민자역사를 돌다가 4충 발코니에 자리잡았다. 위치가 시원하고 참 좋다. 마트에 가서 음료를 요한 형제와 함께 사와서 둘러앉아 한 시간여를 이약이약하다가 각자 갈길 찾아 헤어지고 우리는 걸어서 귀가.

 

희준이는 와 있고, 희선이는 친구를 만나러 갔단다. 딸아이가 제 동생이 취직을 했다고 양복을 한 벌 맞추어 준다고 오전에 데리고 나가는 걸 알고 있었던 우리다. 양복은 물론 와이샤쓰까지 두 벌 맞추어 주었단다. 누나 역할을 톡톡히 한 거다. 내 색시는 참 흐뭇해 한다. 나라고 다를까? 아이들이 이제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9월 18일 아침. 둘째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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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조리사인 내 색시가 준비한 아들 생일상이다

아침 후에 케일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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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가 제 새끼를 보고 함함하다고 한다는데 내 눈에는 아들이 이쁘다, 참 잘 생겼다

 

11시 색시를 따라 OBF색소폰동호회엘 갔다. 회원들이 참 반갑게 맞아 인사를 해 주신다. 비밀번호를 몰라 애를 쓰다쓰다 겨우 찾아 윈맥스에서 곡을 구입해 주고 나는 2시반차로 하향. 집에 오닌 6시가 갓 넘었는데 벌써 아버지는 저녁을 들고 계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설기란 녀석이 반갑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법석이다. 그렇게 내 3박4일 나들이는 끝났다. 기분좋은 피곤이 몰려온다.

 

제일 큰 수확. 밝은 색시 얼굴을 본 거다. 색시가 밝아보이니 나도 마음까지 밝아온다. 색시께 감사.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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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erance 2011 Oil on Canvas 162.1x130.3cm

출처 : (사)CGart, 풍덩예술학교, 청소년행복세상
글쓴이 : 드리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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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생님 이거 그림이라는데 그림 맞는가요? 이렇게 정밀하게 그릴 수도 있는 건가요? 사진으로 보요. 함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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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는 우리집 개이름이다. 나와 슬슬이를 타러 가면 그는 들에서 풀을 뜯어 먹는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던데 정말 개가 풀을 뜯어먹는 거다.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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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남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령중인 날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덥다. 아침을 먹고는 태지 군에게 따르릉을 했다. 우리집 수도가 새서 그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전화를 하자마자 일이 잘 되었다고 그냥 수리하랜다. 사연인즉 이렇다.

 

지난 겨울을 서울에서 지내고 오니, 태지 군이 우리집 수도 계량기가 이상하단다.(태지 군은 정년을 하고서 참 열심히 일을 한다. 참 보기가 좋다.) 어딘가 물이 새는 거란다. 그런데 가울에 검침의 편리를 위해서 대문 밖으로 계량기 검침기를 꺼내는 공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계량기를 열어 본 적이 없다. 물이 샐 거라는 이야기에도 그럴 리가 없다며 집안만을 점검했었다. 그런데 몇백 톤의 물을 사용한 걸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태지 군은 평소의 우리가 사용하는 양에 준해서 요금을 매겨온 거다. 보름 전에는 그 얘기를 듣고 계량기를 열어 보았다. 계량기에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곳에 옷가지를 잔뜩 넣어 놓고 있었다. 그 옷가지를 꺼내자 물이 새고 있는 게 아닌가?

 

 

근본적으로 공사를 잘 못한 거다. 그걸 나는 모르고 그냥 무심히 지낸 거다. 그래서 수백 톤의 물이 그냥 샌 거다. 가만히 있으면 그걸 내가 다 책임을 져서 수십 만원을 물요금으로 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사실 얘기를 태지 군에게 했더니 와서 사진을 찰칵하고는 군 수도관계자에게 올린 거다. 그래서 한 열흘을 그대로 물을 쓸 때는 열고, 안 쓸 때는 잠그고를 한 거다. 많이도 불편하더라. 어쩌면 군에서 인정을 않을 수도 있으니 수리를 미루고 대기하잔다. 사연이 그렇게 된 거다.

 

오늘 아침에 수리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득달같이 도구를 챙겨 덤비니 잘 안 된다. 그래서 종재를 부르고, 건너편 형댁에 가서 렌찌를 빌리고 야단법석을 해서 겨우 풀어냈는데 집에 있는 ㄱ자 연결고리가 맞지를 않는 게 아닌가! 잘 났다고 앞부분을 쇠톱으로 잘라도 봤지만 맞지를 않는 걸 어쩔 것인가!

 

몽땅 보류하고 오늘이 장날이니까 장에 가서 부품을 사오기로 하고 ㄱ자를 챙겨들고 단념. 땀은 비오듯하고.....

 

12시. 황선생이 올 줄 알고 기다리다 6분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혹시나 하고 따르릉을 했더니 그만 일에 빠져 시간이 그렇게 간 줄을 몰랐단다. 금방 오겠대서 나는 찰칵을 들고 이것저것을 기웃거린다. 그 결과물.

 

이건 여우팥

이건 개상사화

한참을 기다리니 황선생 드뎌 도착. 감물 들인 것을 자랑 좀 하고. 시장으로 출발.

 

시장에 도착면서 나는 또 잊을까 봐 설기밥을 이따가 사자니, 황선생께서는 지금 가잔다. 직행해서 9000원짜리를 사고.

 

 

예의 그 ㄱ자를 시장바닥을 다 훑으며  찾아도 없다. 철물점, 심지어는 모터수리점까지 가도 없단다. 그래도 모터수리점 아저씨가 참 친절도 하시다. <태열>에 가 봐서 없으면 광주로 가얀단다. 참 고마운 친절이다. 이제는 장성 사람들의 무뚝뚝함을 이분들을 생각해서 잊어야 할 것도 같다.

 

그 친절한 아저씨가 운영하는 <성진모터>가 다리 아래로 보인다

그리고는 황선생과 함께 오늘의 메인 메뉴 국밥집행.

 

이거는 길에 있는 간판이고

이거는 창에 새겨져 있는 간판이다

오늘은 참 덥다. 진짜로 덥다. 그냥 덥다. 황선생도 나도 남방이 땀에 젖어 온다. 막걸리 한 잔을 하쟀더니 오늘은 황선생께서 내키지 않으시댄다. 나도 그만 참기로 하고, 황선생께서 구름꽃을 피우시는 동안 나는 태지 군에게 전화.

도저히 구할 수 없으니 군의 그 시행업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봐 달라고. 그럼 거기 가겠다고 했더니 태지 왈,

"형님 제가 알아보고 전화 드리지요."다.

태지 군 감사, 감사 또 감사.

혹시나 하고 갔더니, 태열에도 역시나 없다.

말은 안 해도 실망하고 낙담하고, 이 여름에 저놈의 수도를 어쩌나 하는데, 집에 와서 황선생과 냉커피를 마시니 좀 더운 게 가신다. 다시 그래도 조립하기로 하고, 물이야 새거나 말거나........... 우선은 씻어야 하니까.

 

황선생은 나를 데려다 주고 커피 한 잔을 하고는 가고, 그래도 수도는 임시방편으로 조립을 해 놓고 졸려서 한 잠을 자는데 태지왈, 따르릉으로 집에 있냔다. 있대니까 온댄다. ㄱ자를 구했다는 야그다. 벌떡 일어나 대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니 그가 와서는 그 귀한 ㄱ자를 주고 서늘하면 하라며 간다. 그 뒷꼭지가 얼마나 예쁘던지............. 감사 감사 감사.

 

서늘해지면 하마고 그러마고 대답을 하고서도 좀이 쑤셔서 그냥 그 햇볕 따 쪼이며 낑낑대며 결국은 조립을 해서 고쳐놓고는 아버지께 자랑한다.

"아버지 수도 다 고쳤습니다." 그리고 의기양양.

우리 아버지 왈.

"쉽게 고쳤구나. 다행이다."

 

쉽게 고치기는요. 고생고생했구면요. 그래서 이렇게 고쳤다.

 

 

이것이 오늘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한 일이다. 무엇보다 고마운 사람은 태지 군이다. 정말 고맙다. 그 무더운 날 시원한 사워에 쏟아지는 찬물만큼이나 고맙다. 복 받으시라, 태지군.

 

그리고 덤 하나.

 

아마도 다섯 시를 넘겼을 성싶다. 따르릉이 하는 말,

"집에 계세요? 5분 후에 가도 됩니까?"

황선생이시다. 그리고 5분 후에 도착해서는 <사미인주>를 열 병이나 주시고 갔다. 나는 5분 후에 온대서 아버지께서 따 놓으신 호박 두 개 중에 하나를 주어 보내겠다고 생각을 해 놓고서도 그만 까맣게 잊고 그냥 보내고 나서야 생각이 나는 걸 어쩌나?

아버지께 사미인주를 조금 따라 드렸더니 참 좋은 술이라신다.

그리고는 따르릉을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황선생 왈,

"내일을 호박 가지고 오시는 걸 잊지 마세요."다.

 

암 안 잊고 말고. 잊으면 절대로 안 되지. 그렇지? 안 되지...............

 

그렇게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살아 있는 거에 감사.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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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따르릉이 울린다.

"네에....."

"접니다."

"아, 네에... 사진 고맙습니다."

"지금 뭐 하세요? 사진 찍으러 안 가시게요?"

"전 어제 찍어서 찍을 꽃이 없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구요. 폼폼사 출사요."

"그거 문화원 이사 때문에 안 간댔는데요?"

"지금 아홉 분이 와 계십니다. 얼른 오세요."

"예,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준비해서 출발하지요."

 

부랴부랴 성당에 차를 대고 가니 미안스럽게도 아홉 분이서 차에 타고 나 하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참 미안하고 면목없다. 내가 잘못 안 거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가는 폼폼사 출사와 사진반 출사를 혼동한 거다. 거기다 나는 정식 회원이 아닌 까닭에 문자도 못 받은 거다. 그러니 천연덕스럽게 집에 앉아 있을 수밖에.

 

어쨌든 차 두 대. 열 사람이 출발. 나는 행선지가 어딘지도 모른다. 그냥 따라나선 거다. 장성아이시를 지나 남행. 창평이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다 보니 구불구불 진짜 촌길로 들어선다. 그게 아마도 지름길인 모양이다. 이때까지도 나는 목적지를 모른다. 도착해서 보니 鳴玉軒苑林이다. 호수 가운데 배롱나무 한 그루가 동그랗게 자리잡고 그 뒷쪽으로 온통 배롱나무숲이다. 오른쪽 길에는 커다란 적송 두 그루가 길 안내를 맡고 있다. 아쉬운 건 그 적송 중간에 전신주가 떡 버티고 서서 경관을 그만 망쳐버리고 만 거다.

 

우리 일행은 제각기 찰칵에 여념이 없다. 鳴玉軒苑林이라! 苑林은 외부와 단절하는 담이 없는 숲이란다. 담이 있으면 園林.

 

배롱나무 연못을 앞에 두고 뒤로는 야트막한 산, 아마도 집을 지은 이가 배산임수를 머리에 두고 못을 팠으리라. 인공으로 명당을 만들었다는 뜻이리라.

 

배롱나무숲 사이로 처마가 삐죽이 보일락말락이다. 이곳에서 선비들이 공부를 했단다. 우암을 들먹이는 걸 보니 아마도 노론소론이렷다. 조선조 300년을 걸쳐 권력을 휘두르며 말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일제에 빌붙어 살았던 그 알량한 선비정신! 주자에서 벗어나면 斯文亂賊이라 했던가? 이처럼 맑은 정기 속에서 무엇을 배웠단 말인가? 괜한 후손의 한탄이다.

 

명옥헌 앞에 이르니 우람한 비가 하나 내 앞을 가로막는다. 이 비만큼 업적(?)을 남기긴 했을까?

 

명곡 오희도의 유적비

나는 어디를 가면 비문을 꽤는 잘도 읽는다. 한문비석도 끙끙대며 읽으려 덤빈다. 그런데 왤까? 이 비석은 국한문혼용인데도 읽을 생각조차 않고 말았다. 그들이 한 행적을 보면 경치가 아깝다는 말이 과할까? 보나마나 좋은 내용만 늘어놓았을 것 아닌가? 내 마음이 비뚤어져설까? 조선조 유학자들이 한 짓거리(?)들을 보면 울화가 나도 모르게 치민다. 그들이 하느님처럼 신봉한 사서삼경에는 나쁜 말이 단 한 줄이나 있던가? 언행일치라 했는데.......... 그만하자. 건강에 해롭다.

 

鳴玉軒이라. 일단 이모저모로 둘러본다. 찰칵도 곁들이고.....

 

글씨가 참 얌전하다

  

이렇게 흐르는 물소리가 명옥헌에 앉아 있으면 더 크게 들린다고 해서 집 이름을 명옥헌이라 했단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물량이 더 풍부했을 것이려니! 우리는 폼폼사 찍사들이니 사진으로 돌아가서 왼쪽 사진보다 오른쪽 사진의 타임이 길다. 그 효과다.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三顧                                 세 분이 참 즐겁다. 세 분만 보이시면 눈이 안 좋은 분이시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는 맥문동이 길가에 외롭고, 곁에서는 배롱나무꽃이 붉기도 하다.

 

 

 

鳴玉軒嘆

빼어난 풍광 속에 홀로 앉아 듣는 소리

옥구슬 구르듯이 경쾌도 했으련만

孔孟의 明明德親民을 마음에나 두었을까

 

 

 

예전에 그랬거늘 다를까 이제라고

풍광이 좋다고야 사람까지 좋을까

나그네 괜스런 걱정 저 꽃에나 묻으리

 

그리고 우리 일행은 소쇄원으로.

 

그곳에는 다리도 있고 광풍각도 있고 제월당도 있었다. 개울 따라 올라가니 그곳에 다람쥐란 녀석이 같이 놀잔다. 그러더니 찰칵을 갖다 들이대니 그만 줄행랑이다. 샘도 하나 있고.

 

 

 

 

비온 후의 맑은 날의 달이라!

헌대 가다보니 이상한 일주문이 있다. 이름하여 <머리조심>문? 그래서 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이걸 보고 웃는다. 편액이 좀 부실하기는 해도 붉어서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이 편액이 안팎으로 걸려 있다는 것이다.

 

 

<소쇄처사양공지려>라? 이게 그들에게는 초막인가? 그럼 당시 백성들이 들어가 살았던 초가삼간은 뭐란 말인가? 움집인가? 巢라고라도 써야 한다는 말인가? 過恭은 非禮라 했다.

 

내려오는 길에 기념촬영을 하고 이제는 입이 즐거울 시간. 주차장에 오니 차선생께서는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한 잔 하신다. 메밀이냐, 흑두부냐 하다가 내가 그만 메이일..... 해 버렸더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 메밀을 양껏 먹고, 아니 그 전에 물만두로 입맛을 달래고, 쇠주도 한두 잔 하고...... 오늘은 강선생께서 손수 소주 세 병까지 사 오시고(그곳에서는 술은 안 판단다) 점심 빨랑카까지 하셨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운전하신 두 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감사, 또 감사.

 

 

 

 

 

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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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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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야생화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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