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

"예"

"어디신가요?"

"성산에 다 와 갑니다."

"그럼 그 한우촌 주자창에서 기다리시지요. 저희가 곧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성당을 출발한 황선생과 나는 유탕교 앞 주차장에서 오선생님을 만났다. 원래는 12시에 성당에서 만나 황룡시장에 가서 국밥을 한 그릇씩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중간에 계획을 수정, 산소축제에 가자는 것이었다. 점심도 그곳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예상은 아마도 일요일이니 사람 만땅일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모암 저수지 둑을 올라서니 저 건너편에 온통 차다. 빈 곳이라고는 길밖에 안 보인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나는 황선생에게 그냥 올라가 보자고 우긴다. 논리는 나오는 차가 있으니 그 자리는 비어 있을 거라는 거다. 들어가서 뱅글뱅글 돌아도 빈 자리는 없다. 주차 안내원이 저기를 돌아가면 끝에 빈 자리가 있대서 올라갔더니 빈 자리는커녕 다른 안내원 돌아서 나가란다. 오선생께서는 그냥 뒤만 따라오다 주차 공간이 없으니 난감하신가 보다. 그냥 가자신다.

 

나는 그만 못 들은 척하고는 황선생과 한 쪽 구석에 비집고 들어가 어렵게 주차 성공. 오선생께서도 출구 입구에 주차 성공. 걸어 올라가니 개울이 영 맘에 안 든다. 억지로 자른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개울을 만들어 놨으니 산소축제에 어울리는 자연미는 제로다. 자연석으로 제방으로 할 생각은 못했을까?

 

다리를 건너려니 반가운 얼굴이 웃는다. 우리 약초강사이신 김성희씨. 잠시 후에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 입구에 커다란 음식점에는 사람이 북적북적. 그래서 저 위에 보이는 좀 한가해 보이는 작은 음식코너로 가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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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相이시다. 모암마을 부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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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는 얼굴이 우릴 붙잡는다. 모암 터주대감 김성희씨 어부인. 비빔밥이 맛있단다. 맛있는 밥을 주신다고 새 밥통을 여신다. 우리 셋 모두 밥은 무조건 적게. 머리 색깔로 분량을 담으시라고 황선생께서 당부 당부. 밥값은 황선생께서 지불. 그리고 막걸리도 한 잔 해얀다시며 오선생께서 사미인주 두 병을 들고 오신다. 밥 맛도 좋다. 막걸리 맛은 더 좋다. 우리가 먹는 동안에 소나기도 적당히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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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생께서 물으시어, 오경에 뭐가 들어가냐? 代와 世는 어떻게 다르냐? 주역의 주는 주나라냐? 시경 서경 역경의 저자는 누구냐? 왜 수요팀은 대학을 시작했느냐? 그러신다. 그러다 보니 소나기는 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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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폼으로 우산은 들고, 쓰고 다닌다. 모두 다정들 하시지 않은가!

우리도 식탁을 떠나 마당으로 나가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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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 향낭 값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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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 베개 값이 삼만 오천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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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게 주인들이시다

그 가게가 멀리서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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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게 한 쪽에 조용한 뻥튀기 기계가 있다. 지금 막 하나를 토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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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새를 못 참아서 또 소나기. 본의 아니게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어 서로 다른 천막코너에 신세를 지다 보니 이런 사진도 얻는다. 황선생 표정 몇만 불짜릴까? 뒤에는 빗물이 흐르고, 앞에는 어느 여인의 손이 들어오고 난리도 아니다. 그 손을 지울까 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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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를 기다리다 곁의 이런 무늬에 눈이 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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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선생님께서 부스 하나를 가지셨다고 했으니 가서 뵈야 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영 눈에 안 들어온다. 그래서 선생님 어부인께 내려가서 여쭈니, 한참 올라가야 한단다. 길을 잡은데 황선생께서는 흥미가 별로신 것 같고, 오선생께서는 편백 침대 주인과 저 멀리서 목하 상담 중이시고. 물경 290만 냥짜리 침대다. 저 위에서 잠을 자면 온 세상이 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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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을 해도 종무소식이다. 조금 전에 내게 냉커피를 사 앵기셨는데.......... 걸어걸어 올라가는데 황선생께서는 중간에서 그만 쉬시고, 그래도 나는 간다. 약초선생님 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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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엘 갔더니 계신다. 주위가 온통 숲이라 분위기가 녹색이다. 생명의 색이란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녹색 서린 천막에서 약초 선생님께서는 눈이 반짝거리신다. 다른 체험 코너에서는 물레가 돌아간다. 어린애가 한참 신나서 만지고 있다. 예쁜 그릇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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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내려오는 길에 공연장 빈 의자 속에는 우산 속에서 두 젊은 연인들이 행복해 보이고......... 오후가 되면 또 시끌벅적 불어대고 질러대고 난리굿도 아니겠지? 그럼 저 편백, 삼나무는 음악이 좋아서 춤이라도 출까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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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이 마신 산소양은 얼마나 될까? 오히려 그 많은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을 마시고 온 건 아닐까? 편백, 삼나무 그들이 내 뿜었던 피톤치트, 그 보답으로 매연을 우리는 주고 왔으니 참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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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감개가 무량하다. 66년만에 딸아이 아들아이가 차린 생일상을 받았다. 한 마디로 설마 했었는데 참 맛있다. 요리를 배운다나 어쩐다나 하는 말을 아내에게서 얼핏 듣기는 했어도 설마 했었는데, 아이는 참 열심히 배웠나 보다. 우선 밥상부터 보기로 하고,

 

우선 느낌이 간략하면서도 깔끔하다. 밥도 잘 지었고, 그 옆에 자리한 호박된장국이 맛으로 따지자면 일품. 이건 우리 가족 넷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했던 바. 그 안쪽으로 들어가서 네모난 접시에 담긴 삼치엿장찜, 가시 하나 씹히지 않게 다 발라내서 적당히 익힌 맛이 근사함. 그 곁 둥근 접시에는 아스파라가스를 곁들인 불고기. 네모나고 파란 기운이 도는 접시에는 천경채 겉절이다. 입에 들어가면 모두가 사근사근이다. 마지막으로 뚜껑도 미처 안 연 작은 그릇에는 묵은 김치가 담겨 있다. 이렇게 아이가 만든 진수고 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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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탁을 우리 네 가족이 둘러앉아 도라도란. 참 오랫만이다. 나는 시골에 있고, 아이들은 밤 늦게 퇴근을 해서 이렇게 오붓하게 둘러앉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우리 내외는 서로 눈을 맞추며 씨익 웃는다. 그 속에는 '아니 이런!' 하는 감탄이 들어 있어 서로 교차한다. 퇴근이 보통 2,3시여서 잠이 엄청 모자라는 아이가 어느 틈에 요리는 배우고 이런 상을 차리려 했단 말인가! 부모인 우리 눈에는 기특하기만 하다. 고슴도치가 지 새끼를 보고 함함하다고 하는 격이기는 할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 가족은 서울에 넷이다. 시골에 내가 모시고 있는 95세이신 아버지. 이렇게 다섯 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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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사하느라고 아들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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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아들아이다

다음은 아이들이 상을 차리는 과정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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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일부다 중간에 보이는 쯩은 옛날의 내 학생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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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불 앞에서 덥다 불평 한 마디 없이 열심인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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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이는 옆에서 네비게이션했단다

 

그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한참을 빈둥거리니 또 아이들이 케익을 들고 나선다. 촛불은 단 하나. 나는 그래서 오늘부터 일 년은 한 살이다.

 케익1-069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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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도 예쁘고 맛있다

 

아이들 덕에 감격의 생일상을 받아먹었다. 실은 오늘이 내 생일이 아니다. 나는 순수한 대한민국산이 아니다. 태어나고 한 이레가 지나는 날 광복이 되었단다. 양력으로 치면 오늘이 내 생일이다. 그래서 내 본명이 도미니꼬다. 음력으로는 7월 초하루니까 벌써 한 주 전에 지난 거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내 아버지의 생신이 6월 27일. 해마다 2,3일 지나면 내 생일이다. 그러니 아버지 생신에 눌려 그 동안 옳게 내 생일을 차리지를 못했다고 내 색시가 맨날 내게 미안해 해 왔다. 그래서 올해에는 아버지 생신은 시골에서, 내 생일은 서울에서 아이들이 차리겠단다. 그래서 지난 주에 상경하기로 했었는데, 그만 서울에 그 베네치아 물난리가 나고 말아 이번 주에 올라와 내가 이런 상을 받아먹게 된 거다. 우리 아버지는 내 생일이 언제인지도 기억 아니(?) 하신다. 나도 그러려니 하고 만다. 생일이 뭐 대수라고, 내가 태어날 날짜를 스스로 잡은 것도 아닌데 뭐......... 그러고 만다.

 

그런데 금년에는 감격이다. 딸아, 아들아 고맙다. 先비께서 늘 하시던 말씀.

" 자식은 세 살때까지 효도 다 하는 거다. 더 바라지 마라."

그러시던 어머니는 이제 안 계신다. 당신께서는 말씀대로 하나도 자식들에게 바라tl는 바가 없으셨다. 부자집 장녀로 태어나셔서 아쉬운 거 하나 없이 장성하시다가, 가난하기 그지없는 우리집에 오시어 아이 11남매를 나시어 셋을 먼저 보내시고 여덟을 대학까지 가르치셨다. 큰댁에서 분가할 때 초가 한 채, 딸랑 300평 논 한 마지기를 받으셨단다. 그걸로 자수성가하시어 우리 8남매를 키우셨으니 그 고초야 말해 무엇할 것인가! 다행히 생존해 계시는 우리 아버지 무념무상이시다. 당신 속으로 무슨 상념을 들어앉히고 계실까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생일밥상

아이가 태어나서 손안에 바둥대더만

내 머리 반백이자 어느새 어른되어 

온 정성 지지고 볶아 진수성찬 차렸네

 

딸아 아들아 정말 고맙다. 그리고 잘 잘 또 잘 먹었다. 이제부터 일 년은 배부르겠구나.

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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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밤 11시 46분. 딸아이가 장성역에 내렸다. 지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그 바쁜 아이가 온 거다. 일요일 또 출근이라서 오늘 2시 52분 차로 떠났다. 할아버지 용돈도 드리고.

그래서 우리는 그 밤중에 집에 와서 맥주를 한 잔 하며 이약이약하다가 내일은 시골장 국밥집에도 가고 CUM의 커피도 마시기로 일정을 잡아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일어나겠다는 아이를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 잠이 턱없이 모자라는 걸 내가 아는 까닭이다.

 

10시에 아이를 깨워 부추전을 한 장 해서 먹이고 규식이를 데려다 주려고 출발. 11시 아버지, 나, 규식이, 딸아이. 규식이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황룡장엘 갔다. 그런데 장날이 아니라서 썰렁하기만 했다. 가게들이 열려 있을 리 만무하고, 국밥집마저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밥이 안 된단다. 그래서 대충 길만 익히고, 닫혀 있는 가게 문만 구경하고 올갱이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그 아이가 올갱이국을 좋아하는 줄을 안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겨울이었을 거다. 눈이 날리던 날 청원으로 나를 따라 게르마늄물을 길러 갔다가 충주에서 올갱이국을 먹었었다. 그때 그 아이는 그 맛을 두고두고 잊지 못해했었다. 그래서 나는 올갱이국 간판만 봐도 그 아이를 생각한다. 그런데 야은리에 만난 올갱이국집을 발견한 거다. 그래서 오늘 가자고 한 거다.

 

맛이 어떠냐니 맛있단다. 그 아이는 음식을 대하면 맛이 있다는 표현을 참도 잘 한다. 또 만들어 주고 또 사 주고 싶은 마을이 절로 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오늘도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하나로마트로 가서 시장을 봤다. 그것도 아이가 계산을 해 준다.

 

그 다음 순서는 CUM에 가는 일이다. 가서 그 커피를 마시자는 거다. 그런데 내가 그 커피 이름을 기억하지를 못해 한참을 헤매고 말았다. 카페라떼. 한 잔은 달달하게, 두 잔은 달지 않게.

 

 그런데 보고는 구별할 수가 없다. 어느 게 달달한 건지? 아버지 커피다.

커피를 막 마시려는데 성당 사무장님께서 이 예쁜 수박까지 주신다. 달기가 정말 꿀맛이다. 감사합니다, 사무장님!

아이 기차 시간까지 두 시간이 남아서 바리스타님께 2시간 있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기는 했으나 너무 한 것 같아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성물판매소에서 팔찌 하나를 사주었더니 환호작약이다. 그 아이는 그렇게 감정 표현을 능숙하게 잘 한다. 또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재주가 있다. 집에 와서 한 시간 또 딸아이는 피시로 회사일이다. 나오는 길에 설기와 잠깐 논다. 참 예쁘단다. 딸아이 왈,

 

" 데려가고 싶어!"

 

그렇게 딸아이는 꿈결같이 왔다 갔다. 저녁에 온다던 아내가 급체 상태란다. 놀란 가슴이 쿵덕거린다. 아들아이가 그나마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그 경황에도 아버지 생신 걱정하는 아내다. 여자의 숙명(?)아닌 숙명일까?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시아버지 생신이 뭐 그리 대수라고? 자식들은 이 핑게 저 핑게로 몰라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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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반. 편백 두 토막을 트렁크에 싣고 출발. 10시 용성이와 장성터미널에서 약속. 공원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오늘사 말고 빈 공간이 하나도 없다. 망설이고 있는 차에 마티즈 한 대가 반갑게 빠져나간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차를 하고 터미널에 가 보니 용성이 도착시간이 늦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금호고속 파업으로 버스출발 간격이 길어져서 애먹었단다.

재철이가 먼저 내려서 나를 보고 반가워한다. 기다리라고 하고 용성일 만나 어부인께서 애써 담아주신 물김치 한 통을 건내며 용성이 왈,

"빨리 집에 가서 냉장고에 넣고 와라. 안 그럼 다 시어진다."

그래서 받아들고 나서기는 했는데 시간이 10분밖에 없다. 10시10분. 유인당댁에 부탁을 해 볼까 하다 망설인 끝에 그냥 집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흥수 전화를 받으니 어디냔다. 아무도 터미널에 안 보인단다. 차를 대고 달려가 보니 그들은 이미 만나고 있었다. 흥수 차와 형수 차에 나누어 타고 출발. 모두 10명. 우성이는 혼자 차를 타고 온다고 했고, 우리가 남창계곡 자하마을에 도착해 보니 일행이 11명이다. 멀리서 온 친구, 재철이는 서울에서 4시반에 출발, 용성이는 순천에서 7시반 출발, 경연이는 전주에서 익산을 거쳐 기차를 갈아타고 왔단다. 대단한 열성들이고, 참 고맙다. 재철이 왈,

"우리가 앞으로 10년을 움직인다 치고, 두 달에 한 번 모이니 다 합해도 30-40번 겨우 만날 수 있는 거다."

맞는 말이다. 우리 나이에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흥수 말이, 이렇게 모여 얼굴 보고 그럼 좋은 거지 왜들 안 나오는지 이해가 안 간단다. 그렇고 말고다.

평상에 앉으니 이런 녹음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중간에 공군이 왔다 가고. 면목없지만 이름을 모른다. 늦게 종운이가 왔다. 그래서 우리는 먹고 마시고 이약이약 하다가 드디어 화투판 일습을 상선이가 얻어왔다. 꾼들은 덤비고 우리는 귀경.

 

 

 

 

 

 

아래 내려다보이는 개울에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물장난이 한창이다. 시원해 보인다. 물은 또 얼마나 깨끗한지? 젖은 아이가 참 귀엽다.

 

 

녹음 사이로 저 멀리 구름도 하얗고, 하늘은 파랗고................ 내 마음은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벗들 얼굴에서 옛 어린 시절을 읽으려 하나 한갖 헛된 꿈. 지금 이렇게 사미인주에 얼큰한 처지면 족하지 않은가?

 

 

꾼들은 남고 형수 차를 타고 멀리서 온 용성이, 경연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은 먼저 출발. 5시. 터미널에 도착해서 형수는 우리를 내려주고 가고, 경연이가 헤어지기가 영 섭섭한지 생맥주 한 잔씩만 하고 가잔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곁들여 그 따스한 정을 나누고. 경연이는 기차역으로 가고, 용성이는 버스로 광주행. 웬 아주머니에게서 끈을 얻어 편백 상자를 묶어 들고 용성이는 가고 나는 집으로. 집에 오니 아버지께서는 이미 저녁을 드셨다. 용성이 부인께서 정성들여 담아보내준 물김치에 말아 저녁을 시원하게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이렇게 즐거운 하루가 가고 나는 그냥 피곤 반, 술기운 반으로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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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성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이름하여 화룡장[黃龍場]. 9시 황선생께 따르릉을 했다. 바쁘시냐고?

 "제가 뭐 바쁜 게 있나요?" 대답이 시원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12시. 약속을 그렇게 했다.

빨래를 해서 널고, 11시에는 부침개를 하려고 냉장고를 들여다봤더니 웬걸? 아무것도 없는 빈 그릇이 아닌가? 아버지 하시는 말씀.

"거기다 다시 부침개 재료를 하면 되지!"다. 더 뭐라 올릴 말씀이 없다.

부지런히 이거저거 준비를 해서 섞었다.

부추, 밀가루, 부침개가루, 들깻잎, 방앗잎, 풋고추, 계란, 된장, 고추가루, 마늘다진 것 그리고 물. 한참을 싱갱이해서 반죽을 하고는 자그마하게 부추부침개 한 장을 구워서 드리고 찰칵을 들고 출발. 그 사이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장마철 우산은 필수가 아닌가? 내 접이 우산을 보시고 황선생 왈,

"참 좋은 우산 같습니다."

사실 접이우산치곤 참 크다. 그래서 풍성하다. 내가 봐도 좋다.

 

시장에 도착해서 우리는 국밥집을 더듬는다. 그동안 국밥집이 꽤 여러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으로 가 보자고 생각을 맞추고 시장 중앙통으로 들어서자 장마라 시장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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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목전도 한산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야 어디 장사가 되겠는가? 인구가 5만도 안 되는 시골 장성. 거기다 비까지 추적거리니 말 그대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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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아간 중앙통 국밥집에서 우리는 퇴자를 맞는다. 머리국밥이 다 떨어져서 없단다. 오직 있다는 게 팥죽과 내장국밥이다.

결국은 돌아돌아 온 곳이 그전에 몇 번 다녔던 국밥집. 우리는 이곳에서 본의 아니게 또 실수. 사연인즉슨 이렇다. 하루도 아직 안 지났는데 둘이 열심히 한 얘기의 내용을 벌써 까맣게 잊어 버려서 여기 옮길 수가 없다. 그런데 그 까맣게 잊은 얘기에 둘이 정신이 팔려 그만 국밥 주문에 머리국밥이란 말을 안 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별수없이 가져다준 대로 내장국밥을 먹다가 황선생께서 도저히 억울해서 안 되겠던지 머리고기 한 접시를 시키신다. 거디다 소주까지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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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났다. 황선생께서 제발 달력사진은 찍지 말라셨던 것이다. 오늘 나는 또 한 가지를 배운 거다. 달력 사진 얘기 중에, 거창한 장비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는 친구 얘기를 하시면서 흥분하신 거다. 그래서 머리국밥이란 말을 잊고 만 거다. 그 말씀을 듣고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도 몰랐으니 달력 사진을 찍어논 것이 수도 없이 많을 거다. 이제라도 깨우쳤으니 천만다행. 모두가 전문가 황선생 덕분 아닌가? 감사.

 

우리가 국밥을 먹고 소주를 홀짝거리는 동안 장맛비가 왔다리갔다리를 여러 번 반복. 다행히 황선생께서 계산을 하시고 나올 때는 비가 그쳐주었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그래도 나는 한 건, 황선생은 여러 건을 했다. 나는 설기 사료집을 알아둔 것이고, 황선생은 멸치 한 포를 사고는 만족스러워하시고, 모자도 사기는 샀는데, 그게 좀 그렇다. 거금 5천 냥이나 주고 산 모자를 그만 황선생께서 작살(?)을 내시고 말았다. 뒤로 묶은 머리를 꺼내기 위해 가위를 달래서 구멍을 뚫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모자가 작다고 안 테두리감을 뜯어낸다는 것이 그만 모자를 망가뜨리고 말았으니.......... 원. 이걸 어쩐담? 그러나 우리 황선생께서는 태연자약하시다. 집에 가서 꿰매면 된다신다.

 

시장통을 도는 동안 사람은 없고 유난히도 빨간 티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리 찰칵, 저리 찰칵, 그리고도 모자라 또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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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이 그 아니 고운가!

 

차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그 곁에는 귀여운 멍멍이들이 재롱을 떨고. 아마도 두 달도 안 되었을 꼬마 녀석이 우뚝 서서 귀는 쫑긋, 꼬리는 말아올리고  뭐가 그리 궁금한지 목하 관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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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출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장을 나와 큰 길에 와서야 설기 사료가 생각이 나서 다시 차를 돌려 시장행. 한 집에 갔더니 다 떨어졌단다. 그러면서 아래쪽의 사료집을 친절하게도 가르쳐 주신다. 참 고마운 아주머니시다.(내가 고맙다고 하는 데는 다 까닭이 있다. 내가 장성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이야기다. 락카시너를 사러 군청앞 페인트 가게엘 갔다. 물었더니 자기 가게에는 락카시너가 없단다. 그럼 어디가면 살 수가 있느냐고 물었겄다. 그 가게 주인 대답 왈,

"내가 그걸 어찌 아요?" 퉁명스럽기가 그지없었다. 두고두고 불쾌하기만 했다. 지금도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그 생각이 난다. 그래선지 이 아주머니가 친절해 보이는 거다.)

찾아간 곳이 '백두산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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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가 참 싸기도 하다. 내가 인터넷 구매를 한 것의 반값도 아니된다. 물론 장성하나로마트와 비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금 9천 냥에 15kg 한 포대를 사고는 흐뭇하기만 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황선생께서 필요하신 광목을 사는 일. 그런데 황룡강에 이맘때면 피었을 왜개연이 혹시나 나왔을까 하고 내려갔다. 가면서 홍수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물만 넘실거릴 뿐 흔적도 없다.

 

공원앞 왕서방에 들려 광목을 사시고 그리고는 유인당님 댁엘 들렸다. 찰칵이 말을 안 듣는다시는 원인은 결국 건전지 탓이었다. 맛있는 미수가루를 한 잔씩 얻어 마시고 수세미 씨앗과 손수 볶으신 땅콩까지 얻어 가지고 하직.

 

그리고 전화로 약속을 해 놓은 오선생댁으로 직행. 도착하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다음에 가입을 하게 도와드리고, 폼폼사에 사진도 올리는 실습도 하시게 부추기고 지난 번 내기에서 진 턱을 하러 <산처럼물처럼>행. 도착하니 벌써 수제비가 준비되어 나온다. 오선생께서 오시면서 전화주문을 해 놓으신 거다. 먹으며 이약이약하며 보내다 보니 일어서는 시간이 벌써 8시반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9시. 설기란 녀석이 반색을 한다. 내가 사료를 제자리에 내려놓는 것까지 확인을 하시고 황선생께서는 돌아서신다. 9시간을 운전하시며 얘기하시며 돌아다니신 거다. 감사 또 감사. 이렇게 내 시골의 하루는 저물어 간다.

 

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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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를 대패질해서 만들었다. 소요시간 4시간. 어설프기는 하지만 내가 만든 거니 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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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담양 천변에 있는 대담갤러리에 들려 귀경(?)을 하고 <진우네국수집>에서 멸치물국수를 한 그릇 후루룩 하고, 막걸리도 세 사발 마시고 그런데 그만......... 내기를 해서 짐을 지고 말았다. 오선생님 승. 진우, 황선생 패. 결과는 <산처럼물처럼>이 정답, <산찾아물찾아><산따라물따라>는 오답. 그래서 다음에 한 번씩 수제비를 사기로 하고, 그때마다 오선생께 피시를 가르쳐 드리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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