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어르신사진반에서 황선생과 함께 오창균님댁을 탐방하기로 약속을 했다. 북이면 죽청리 모현마을.

아침 9시. 황선생께서 애마를 거느리시고 내집 앞에 도착하시어 잠시 작은댁에 들른 내게 따르릉을 하셨다. 설기에게 집 잘보라 당부를 하고 출발. 차에 오르자마자 황선생 내게 물으신다. 보해 울타리가에 핀 노랗고 흰 꽃이 뭐냐고? 그렇게만 들어서 알 수가 있남요?

향이 진하다. 덩쿨식물이다. 꽃은 흰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다.

대충 짐작이 갔다. 인동초. 젊어서는 흰꽃, 늙어서는 노란꽃 그래서 金銀花. 이따가 아래에 인동초 사진 올라감.

 

성산을 지나 장성호 앞을 지나 신흥을 지나 사거리에 이르러 수박 한 덩이를 사서 싣고 출발. 사거리에서 고창길로 접어드는데 새길이 개통된 뒤로 처음이라 백양사 요금소 위치를 모르겠다. 어디로 옮긴 것 같은데 보이지를 않는다. 고창으로 넘어가는 길 아마도 솔재일 테지만 중간 쯤에서 좌회전을 하니 시골마을 여기저기에 팬션이 들어와 있다. 도로를 벗어나 작은 길로 들어서니 그곳에 남향받이로 아담하고 정갈한 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잘 정돈된 잔디밭. 여기저기 화초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아 주인의 성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황선생께서 주차장에 차를 대는 동안 나는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첫인사로 입구를 한 컷 찰칵.

현관으로 통하는 입구에 아까 말하던 인동초가 탐스럽게 피어 웃는다. 꽤 연륜이 있나 보다. 줄기가 거의 손가락만큼이나 굵다.

반가와 하시는 부인을 따라 들어가니 그곳에 황선생의 작품이 주인을 반긴다.

신을 벗고 눈을 드니 그곳에 커먼 난로가 우뚝 서 있다. 아마도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에 톡톡히 봉사를 했을 난로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양자도 고운 소고가 금방이라도 '둥 둥' 울릴 거 같다.

눈을 한 걸음 더 옮기니 그곳에 단란해 보이는 오선생님 가족사진이 우리를 반긴다.

아마도 어지간한 세월을 숨쉬었을 턴테이블과 앰프. 참 반갑다. 지금도 주인 내외께서는 그 음악을 들으시는지? 요즘은 모두가 시디 아닌가? 참 반갑다. 내집에도 잠자고 있는 기기들이 나를 원망하고 있는데..............

부엌의 기둥 한 켠에는 멋드러진 장식이 눈을 번쩍 뜨게 한다. 설명을 좀 들을 걸 그랬다.

처음에 부인께서 나를 반긴다고 했는데 실은 나는 그분과 함께 사군자반에서 한 두어 해를 같이 배웠다. 그래서 더 반가운 거였다. 이댁의 하이라이트. 特選 墨竹 한 폭. 부인 강복기 여사님의 작품이다.

이약이약하다가 사진에 화제가 옮겨가서 오선생님의 오늘 아침 작품을 보면서 황선생님과 나는 감탄 또 감탄. 단 세 번 수강하시고 찰칵하신 첫 솜씨가 그 정도였다.(다음카페 - <장성폼생폼사> 사진실험실에 올라 있다.)

가지신 사진기의 성능을 설명해 놓은 시디를 내놓으셔서 피시에서 종이로 뽑기로 했다. 177쪽. 글씨가 작아 한참 싱강이를 하다가 황선생님의 도움으로 해결. 그 동안 오선생님께서는 종이가 부족해서 득달같이 고창행. 장성보다 고창이 훨씬 가깝다. 100쪽은 먼저 뽑고 나머지 77쪽은 프린터에 걸어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리는 점심을 하러 일어섰다.

곶감 건조장으로 가는 길에는 이 녀석이 반갑다고 야단이다. 그 너머로 정갈한 장독대가 이댁 주부의 성품을 속삭여준다.

 

곶감 건조장 내부. 감걸이가 마치 커텐같다. 내가 보던 건조장과는 달리 이 건조장을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 그 까닭이 안개와 상관이 있다는 설명이시다.

돌아나오는 길에 마당 아랫쪽을 보니 그곳에 우리가 아까 맛있게 먹었던 오디가 주렁주렁이다. 개량종이라서 크기가 대추만하다.

마당 중간에는 확독들이 가지런하다.

그 앞켠에는 원예종 나리가 참 자태도 곱다. 이렇게 빨간 나리도 있었다니...........

오선생님께서 아침에 찰칵해 두신 사진 중에 이 나무를 찰칵한 것 하나만 뜻대로 아니 된다시며 나더러 한 번 찰칵해 보라신다. 그래서 멋모르고 덤볐다가 낭패. 배경이 영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시도는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해 찰칵하고, 집에 와서 후보정.

 

" 오선생님, 어떠신가요? 제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어서요."

나오는 길에 내가 항상 부러워하는 장작이 곱게도 쌓여 있었다. 한 겨울을 따뜻하게 해 줄 저들이 아닌가? 아마도 두 분이서 정성껏 자르고 쌓고 하셨을 터이다.

삼대를 적선해야 남향집에 산다는 남향집을 뒤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아쉬운 집과의 작별.

오선생님께서 내게 물으신다.

"산찾아물찾아 가보셨나요?"

백양사 가는 길에 있단 말씀이시다. 들은 적은 있는 것 같고 들어간 적을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묵묵히 뒤를 따르기로 했다. 백양사 사거리에 오니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언젠가 차가 입간판을 들이받아 처참하게 이글어졌던 것을 본 기억.

한길에서 벗어나 마당에 들어서니 풀 한 포기 없는 정갈한 자갈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저쪽에 서구식 건물. 정원수도 잘 가꾸어져 있다.

오선생님 내외분께서는 벌써 예약까지 해 놓으신 거다. 깔끔한 식탁이 이미 차려져 우리를 반기고 있다. 맛갈스런 호박죽. 야채. 묵은 김치. 단무우. 그리고 밥, 돈까스. 쌀밥이 인상적이다. 좋은 쌀에 잘 지은 밥. 찰기와 윤기가 자르르. 맛있게 먹고 나니 내린 커피.

창밖에는 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아마도 양지쪽이라 혹독한 지난 겨울추위를 이겨냈나 보다. 수세가 기운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오선생님을 꼭 모시고 다니라는 당부를 부인에게 듣고서 일어섰다. 즐거운 하루다.

 

언제라도 자주 오라는 말씀.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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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야 막걸리 사와라

 

우리 앞마당에는 강돌과 쇄석이 섞여서 좍 깔려 있다. 지지난해에 강돌을 한 차 구해서 깔았는데 그만 내 판단이 못 미쳐 두 차였으면 풍족했을 강돌이 모자라 지금은 앞마당이 미완성이다. 볼 때마다 아쉽다. 순간의 판단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가져다준다. 문제는 강돌을 채취하는 곳을 이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일 것이다. 돌이 모자라 군데군데 풀들이 기승을 부린다.

종제 집으로 통하는 문 즈음에는 어성초가 해마다 그 돌들 사이에서 잘도 자란다. 지난해까지는 그게 보기 싫어서 없애 버리려고 무던히도 고생을 했다. 뽑아도뽑아도 소용이 없다. 저 밑바닥에 뿌리가 그대로 남아 다시 올라온다. 남에게 뽑아 가라고도 해 보고 내가 뽑기도 하기를 수없이 했다. 그래도 때가 되면 무성하게 솟아 올라온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약초공부를 하다 보니 그 귀찮기만 했던 어성초가 천연항생제의 첫째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만 귀하신 몸으로 둔갑을 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한련초와 함께 섞어서 효소를 담갔다. 그래서 지금 잘 마시고 있다. 그런데 먹기에는 좀 역겨운 맛이다. 약으로 먹는 것이니 감안하고 먹어야 한다.

효소를 담그는 데는 꽃이 막 피기 시작할 때가 가장 적기란다. 바로 지금이다. 단오 바로 전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맘을 단단히 다지고 덤볐다.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서 시작했다. 그것을 손으로 다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12시에 시작한 일이 5시에야 끝이 났다. 땡볕에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곁에는 설기를 데려다 놓고 차근차근 뽑아 수레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날은 덥고 햇빛은 쨍해서 목이 마르다. 그래서 옆에서 심심해하는 설기더러 막걸리 한 병 받아오라고 부탁을 했다.

설기야, 막걸리 한 병만 받아다 주라.”

설기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제 할 일만 한다. 집안을 한 바퀴 돌더니 어디서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는 곁에 주저앉아 그거 먹기에 온 정신이 다 팔려 있다. 그러니 내 말이 귀에 들어갈 리가 없다.

설기야, 막걸리이........”

해도 소용이 없다. 잠시 있다가는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는 뭘 가지고 돌아와 내 곁에 주저앉아 먹기에 여념이 없다. 내 말 따위는 들은 척도 아니 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레에는 비릿한 어성초가 쌓여가고 내 목은 점점 말라 오고, 설기는 막걸리 받아올 생각은 애시당초 없고 그러니 슬그머니 설기가 미워진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제 밥 챙겨 줘, 물도 수시로 가져다 줘, 운동도 시켜 줘, 그런데 그 녀석을 막걸리 한 병 사다 달라는데도 신척도 안 한다.

설기야, 아 참 돈을 안 줘서 그러냐?”

그런가 보다. 제가 돈이 어디 있겠는가? 입만 아플 것 같았지만 계속 사정을 하다 보니 이제는 타령조가 되어 힘도 아니 든다.

설기야아, 막걸리이 하안 벼엉만 받아다 주우라.”

약모밀은 점점 줄어들고 수레 안은 점점 차 간다. 담벼락 차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것까지 다 거두고 나니 수레가 가득이다. 아마도 두 항아리는 될 것 같다.

뒷마당 수도가로 옮겨 씻어서 잘게 잘라 설탕 한 켜, 어성초 한 켜 이렇게 다져가며 담는다. 밀짚모자를 썼다고는 하나 그래도 햇볕이 따갑다. 목은 더 마르다. 설기에게 사정하는 타령조는 이제는 가락이 붙어 흥이 덤으로 얹힌다. 그래도 내 그늘에 들어와 앉아 놀기는 해도 막걸리 받아올 생각은 추호도 없는 설기다.

씻고 자르고 넣고 설탕 치고, 그러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예상대로 두 항아리 가득이다. 설탕 한 푸대가 다 들어갔다.

마치며 손에 묻은 설탕을 설기에게 선물하고 나니 일이 끝이다. 그 녀석은 깨끗이도 핥아 먹는다. 달기가 설탕이니 그럴 수밖에.

나는 저녁을 차리러 들어오고 설기는 제 집 앞에서 말 그대로,

오뉴월 개팔자다.” 강돌 위에 축 늘어져 있다.

그렇게 내 시골의 하루는 지루한 줄 모르고 설기 덕에 또 지나간다. 설기야 고맙다. 막걸리는 안 받아와도 곁에서 얼쩡거리는 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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