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들기 전에 찰칵을 챙겨 놓았다. 오늘 아침에 물매화를 만나러 가려는 거다.
아침 일찍부터 설기란 녀석이 길가에까지 나가 이재산성으로 길을 잡은 등산객들이 낯선지 짖어댄다. 아마도 너무 일러 아침잠을 설치는 이웃이 있을 거 같아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설기를 안 풀어놓을 수도 없지 않은가? 고민을 해야 할 일이다.
아침을 챙겨 먹고 치우고 나니 7시가 넘어 해가 다 떠올랐다. 중무장을 하고 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오늘은 설기를 데리고 나섰다. 물매화가 피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벌써 인터넷에는 여기저기 개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혹시나 하고 나서기로 마음먹은 거다. 가서 꽃이 개화를 했으면 황선생께 연락을 할 참이었다.
설기란 녀석이 잘도 따라온다. 오늘은 제 길로 가지 않고(가는 길에 개가 여러 마리 있어서 설기와 싸울까 봐서다)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게 고생길일 줄이야 미처 몰랐다. 온통 산에 나무가 우거져 길이 없다. 그래도 설기는 잘도 빠져나간다. 등에는 찰칵을 짊어지고 왼손에는 삼각대, 오른손에는 전정가위를 들었다. 가시가 나오면 자르고 가지가 앞을 가로막아도 자르고, 그렇게 앞으로 나가도 길은 없다.
고생 고생 끝에 할 수 없이 벌목용으로 닦아놓은 길로 올라섰다. 진즉 이 길로 들어섰으면 고생을 덜 하련만 질러가겠다고, 잘났다고 들어선 숲길이 바로 고생길이었다. 한참을 돌아드니 낯익은 산 꼭대기에 올라선다. 그 아래 내가 가려는 벌안이 그제서야 보인다.
그런데 웬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개화를 했으면 여기저기 하얀 꽃이 눈인사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눈인사는커녕 줄기인사도 없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한두 개 꽃대를 찾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은 웃으려면 멀었다. 아마도 한 주, 아니면 두 주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게 그중 앞서 나온 녀석들이다. 혹시나 하고 온 산을 다 뒤지며 오르락내리락 해도 없다. 웃는 녀석은 없다. 다음을 기약해야지 어쩔 것인가?
되돌아 나오면서 길가에서 다른 녀석들 이삭줍기를 하기로 했다.
이 녀석은 무릇이다
이 녀석은 주홍서나물이다
참취가 이슬에 젖어 햇빛에 반짝인다
층층잔대
아마도 쥐오줌풀일 거다
물매화에 실망한 눈을 들어 멀리 보니 연무가 소나무 너머로 산을 가리고 있다. 아침의 성산쪽 산이다
이 녀석은 이름을 모른다. 생김새는 꿀풀 비슷한데 크기도 작고 우선 계절이 맞지를 않는다
산을 내려와 돌아오는 길가를 기웃거린다. 거기에도 어김없이 야생화는 있다. 흔하다고들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참 곱기도 한 꽃들이다.
개여뀌
붉은고마리
흰고마리
꼭두서니 열매
며느리배꼽
이 가을에 인동도 피었다
동구밖에 오니 곁의 밭에 둥근유홍초가 곱다
논에는 나락이 늘어져 있고
마을로 들어서는 작은 교량 직전에, 아침 저녁이면 설기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설기가 응가하는 풀덤풀에 나팔꽃이 곱게도 피어 있다. 누가 이 나팔꽃을 흔하다고 홀대할 것인가? 곁의 잎에는 아침이슬이 또렷이 남아 있어 나팔꽃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저 이슬 지면 나팔꽃도 다물고 말아........
중간의 이름 모르던 녀석은 가는잎산들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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