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호박부침개를 해서 먹고 나니 나른해서 한 잠 콕하고 나도나른하고 무료하다. 생각 끝에 찰칵을 들고 설기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에 나섰다. 우리 마을은 산 비탈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서 읍내이면서도 조용하다. 조용한 까닭은 대한민국 촌락이 다 그러겠지만 마을에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이들이 없는 것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을 개울을 따라 계곡 쪽으로 가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그래도 햇볕은 따갑다. 여름 햇볕은 무덥고 가을 햇볕은 따갑다는 말이 실감난다. 설기란 녀석은 앞서서 제 할일 하기게 바쁘다. 무얼 그렇게 땅에서 찾는지 원... 알 수가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면서도 내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실수가 없다. 길가에는 내 눈을 자극하는 야생화들이 이제는 시들어가 가는 게 많다. 이 열매 이름이 뭘까? 피라칸타? 이건 개여뀌다. 핀이 좀 갔다 분홍색 고마리가 참 예쁘다 구기자 꽃이고 열매다 누군가의 감 농장에는 대봉시도 이제는 익어가고 있다 곱기도 한 둥근잎유홍초가 아직도 피고 있다 뚱딴지는 또 얼마나 고운지? 여기저기 흔해 터진 망초라고 이 가을에 질쏘냐? 벌개미취는 또 어떻고? 애기나팔꽃이 애처롭다. 나팔꽃과는 달리 이 녀석은 한낮에도 꽃잎을 연다 왕고들배기 걸어서 갔다왔으니 그래도 꽤는 시간을 보냈으련만 설기란 녀석 대문 앞에 와서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데도 양에 차지 않는 나들이였나 보다. 들어오지를 않고 뺑소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불러도, 손뼉을 쳐도 감감무소식이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혹시 오는 길에 고양이를 쫓아갔는데 그만 그 고양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버려서 닭쫓던 개꼴이었던 설기가 그게 생각이 나서 거기로 갔나 하고 찾아가 봤더니 그 골목에서 나온다. 설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나만 보면 같이 놀잔다. 개도 혼자 키우면 안 될 거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는가 보다. 사람만 보면 짖고 가서 꼬리를 흔들고 한다. 사람 손이 그리운 걸로 봐서 아직도 성견은 아닌 모양이다. 칠 개월을 지난 지가 이제 보름이나 지나가는데......... 오늘도 이렇게 시골의 하루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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