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乙未丙申年間。天將劉提督 綎 領兵往來湖嶺間。幕下帶一書生。往往賦詩。人或傳誦其佳句。而不見其面。不知其名。時我國與倭賊相持。成敗未決。厥書生以蚌鷸之喩。作長律曰。老蚌當陽爲怕寒。野禽何事苦相干。身離窟穴珠胎損。力盡沙灘翠羽殘。閉口豈知開口禍。入頭誰料出頭難。早知俱落漁人手。雲水飛潛各自安。蓋書生見時事搶攘之勢。誤擧漁人之說。畢竟國家重恢。以有今日者。無非上國終始恤小。宣廟跋履戡難之力。書生豈知言者哉。
을미 병신 연간에 명의 제독 유정이 병사를 거느리고 영호남간을 오간 적이 있었는데 그 막하의 한 서생이 가끔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혹간 그의 좋은 시구를 외우곤 했으나,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하였고 그 이름도 아지 못하였다. 그때는 우리나라와 왜적이 서로 싸우고 있어서 성패가 미결이었다. 그 서생이 방휼의 비유를 써서 긴 율시를 지었다.
오래 된 조개는 양달에 있으면서도 추위를 걱정하는데
들새는 무엇을 어렵게 서로 구하는가.
몸이 굴혈을 떠나니 주옥을 자못 잃고
모래펄에서 진력해도 푸른 날개 힘이 없네.
입 다물었을 때 어찌 입을 열 때의 화를 알며
머리를 디밀었을 때 누가 머리를 빼기 어려움을 헤아렸으리.
어부 손에 함께 잡힐 줄 일찍 알았더라면
구름 속을 날고 물속에 잠겨 각자 편안했을 것을.
서생이 그때의 일의 할퀴고 뜯는 형세를 보고는 어부지리의 이야기를 잘못 열거한 것이다. 나라가 거듭된 화를 겪으면서도 끝내 오늘이 있는 것은 명이 우리나라를 불쌍히 여기고 선조가 어려움을 버텨낸 힘 때문이다. 서생이 어찌 말을 할 줄 아는 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