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僕嘗得結城見東上軒壁上有詩板埋沒於塵埃卽湖陰長律也頷聯曰波舂醜石蠔黏甲日照高梁鷺晒翎摸出海濱景象趙學士竹陰 希逸 每誦湖陰峯頂星搖爭缺月樹顚禽動竄深叢之句三復嘆美蓋曉起卽景也至如山木俱鳴風乍起江聲忽厲月孤懸擧世稱之蓋木葉俱鳴夜雨來簡齋之詩也灘響忽高何處雨者吳融之句也湖陰上下句取此兩詩之語而陶鑄之圓轉無欠或者以月孤懸三字爲不承上語可謂癡人前說夢湖陰警句何限偶記此數三句而已

權松溪應仁 嘗遊湖陰門下 湖陰主文詩 以儐相 迎詔使于江上 松溪在幕下 每湖陰作詩 安字未妥 必問松溪 松溪屢下字 可其意 湖陰深許之 然論及其詩 厭其格卑近俚 嘗以詩贈松溪 一聯曰 痛洗劍南詞爛熟 超尋丁卯句淸園 松溪雖不敢互相譏議 心亦不服 湖陰之詩或與所親評論 頗 指斧鑿爲言云 余聞湖翁每自言 平生所熟讀者 商隱集 以故句法 或有近西崑體者 然源其所祖 則蘇黃耳 許丁卯 詩格與之相遠 而其勉人以丁卯者 何歟 近得松溪集 閱琓 則句法圓熟 押韻不窘 下筆成篇 愈去愈出 如富家長者 賤用栗帛 亦文章手也 其次統軍亭韻曰 天際黑雲橫靺鞨 塞西紅日墮陽平 眞譬策之語也

 

내가 일찍이 결성에서 동헌의 벽 위에 시판이 먼지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보았는데 바로 호음의 장편 율시였다. 함련에,

 

파도는 못 생긴 바위를 두드리는데 굴껍질이 붙어 있고

해는 높은 대들보를 비추는데 해오라비 깃을 말리네.

 

는 바닷가의 경치를 묘사한 것이다. 죽음 학사 조희일이 늘 호음의,

 

산봉우리의 별은 반짝여 초승달과 빛을 다투고

쓰러진 나무 흔들리자 산새 날아 깊은 숲으로 들어가네.

 

라는 시구를 외우며 세 번을 거듭 탄미하였는데 대개 새벽에 일어났을 때의 경치이다.

 

산 나무들 일제히 우니 바람은 갑자기 일고

강물 소리 홀연 거세지자 달은 외로이 걸려 있네.

 

온 세상이 이 구절을 칭송했다. 대개 나뭇잎이 모두 떠니 밤비가 오고라는 시구는 가재의 시고, 여울 소리가 문득 높아지는데 비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것은 오융의 시구다. 호음의 상하구절은 이 두시의 시어를 취한 것인데 주물러 빚어낸 것이 원만하고 흠결이 없다. 어떤 이가 월고현 세 글자는 위의 시어를 이은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바보 앞에서 꿈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호음의 경구가 어찌 한계가 있으랴마는 이 두세 구를 기록하는 것으로 그친다.

송계 권응인이 일찍이 호음의 문하에서 놀았는데, 호음이 문형으로 있을 때 빈상으로 조문사를 강가에서 맞았다. 송계가 그 막하에 있었는데 호음이 시를 지을 때마다 글자가 타당하지 않으면 꼭 송계에게 물었다. 송계가 여러 번 그 뜻에 맞게 글자를 고쳤더니 호음이 깊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시를 논함에 이르러서는 그 시격이 낮아 속된 것에 가까운 것을 싫어했다. 일찍이 송계에게 시를 주었는데 그 한 연.

 

육유의 시풍을 싹 씻어내야 말이 무르익고

허혼을 배워야 시구가 맑고도 원만하다네.

 

송계가 비록 감히 서로 헐뜯는 의론은 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역시 굴복하지 않았다. 호음의 시를 혹 친한 이와 논하면서는 자못 조탁한 것을 지적했다고 한다. 내가 호음에게 들으니, 일찍이 스스로 말하기를, 평생 숙독한 것이 상은집이어서 구법이 서곤체에 가까운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조술한 근원은 곧 소황일 뿐이며, 허정묘와는 시격이 서로 멀다. 그러나 그가 정묘를 면려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래서 송계집을 얻어 읽고 완미해 보니 구법이 완숙하고 압운이 군색하지 않았고 붓을 들면 한 편을 이루었는데 가면 살수록 기가 더욱 좋았다. 마치 부잣집 사람이 곡식과 비단을 쉽게 쓰는 것 같았으며 문장 역시 솜씨가 있었다. 그가 통군정에 차운한 시.

 

하늘 끝 검은 구름은 말갈을 가로질렀고

변방의 석양 붉은 해는 양평에 떨어지네.

 

참으로 비유가 뛰어난 시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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