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 국립공원 안 군데군데 자리잡은 게르촌. 모두가 메마른 땅인데 여기에도 현대문명의 발자취는 피할 수가 없어 앞에 KOICA가 촌락을 가로막는다. 곁에는 광고판이라니 지구촌 어느 곳인들 이런 광경을 피해갈 수 있을까?

배경 바위가 우람하고 멋지다. 뭔가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인 듯하기는 한데, 이것을 이곳 사람들은 코끼리 형상으로 봤었나 보다. 코끼리가 웅크리고 앉았다 그게 좀 이상하지 않은가? 코끼리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을 진짜나 그림으로라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단연코 없다. 그럼 이건 분명 사기다. 그런데 죄를 물을 수도 없다.

하얀 게르 뒷배경이 무척이나 멋스럽다. 양쪽 바위 골짜기 중간에 또 바위가 하나 솟아 있으니 그리고 그 앞에 게르촌. 명당자리다. 아니야 이건 실물이 좋은 게 아니고 찰칵을 잘한 거야! 동의하시나요? 그런 손 번쩍 드세요. 와 열 분 중에 열 분 아니 나 빼고 아홉 분이시네요. 감사 삼사.

먼 산엔 잔설이 보이고 그 앞에는 메마른 숲이 보이고 또 그 언덕 앞에는 게르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데 정중앙에 전신주라니 참으로 엉뚱하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게르가 주인일까, 전신주가 주인일까?

테를지 국립공원을 돌고돌아 드디어 우리가 찾아갈 전통음식 양고기를 맛보여 준다는 게르촌에 다다랐다. 우리 일행 배도 고프겠다 전통양고기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했겠다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어기는 그래도 국립공원이라고 메마르기는 했어도 나무숲이 그럴 듯하다. 자작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 어디를 가도 아름들이 자작나무는 보기 어렵다. 자작나무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 년이어서 그렇다. 나무의 여왕 자작나무. 숱을 만들어 그 숱으로 술을 정제하면 그야말로 깨끗한 알콜주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보드카다. 이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만 자란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전남에는 거의 자랄 수가 없고 순창 북쪽에서나 자란다. 몸통이 하얀 멋쟁이 나무의 여왕 자작나무가 그곳에는 많다.

저 숲에 그 자작나무가 섞여 있다.

아! 배고프다. 어서 가서 실컷 먹어 보자.

자작나무 頌


어쩌다가 고귀한 나무로 태어나서

온 나무 왕좌에 모름지기 올라서는

보드카 세상 명주를 明澄토록 하시나


게르 안 장식이 참 인상적이다. 마치 우리나라 대나를 창살을 연상케 한다. 현대화된 것일까 아니면 전통적으로 내려온 장식일까? 양고기에 정신이 팔려 물을 생각도 못했다. 관광객 자세가 아님을 깊이깊이 반성하는 바이다. 저 냄비 아니 뭐라 명명할까 모르겠지만 우리가 먹을 양고기다.

드디어 우리 앞에 등장한 양고기 접시. 양고기 프러스 감자. 더 말해 무엇하랴, 입만 아프지!

옆 좌석의 다른 접시 위 양고기. 저 녀석은 누구에게 시위라도 하는 걸까? 두 뼈를 솟구치고 있으니! 저걸 내가 안 먹어서 망정이지 일종의 시위 같다. 나는 정말 저걸 보고는 절대 못 먹지. 그런데 옆 좌석의 누군가가 먹기는 먹었겠지요?

그 양고기가 하도 억울해 해서 내가 일어서서 공중 촬영을 했더니 이렇다. 이 정도면 나도 먹을 수 있겠다. 두 뼈가 저렇게 작아졌으니 뭐가 두려울까?

내 말을 듣기라도 한 양 고놈의 두 뼈가 그만 솟구치고 말았네. 아이 무셔라!

실컷 먹고 含哺鼓腹하고 나오니 저 멀리 저 꼬마 녀석이 보인다. 뭐가 그리도 바쁠까? 물어보지를 못했다. 참 귀염상이다. 앞으로의 삶이 창창하기를 빈다.

게르 너머 굴뚝. 나는 옛 굴뚝을 보면 그만 흥분하고 만다. 그래서 죽자살자 찰칵을 한다. 우리 주위에도 각양각색의 굴뚝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찰칵을 아니 하는 법이 없다. 꼭 한다. 특이할수록 집착을 한다. 이것도 병일까? 저 굴뚝 매력이 만점이다. 좀 병신 같지 않은가!

굴뚝 讚


인간은 숨을 쉰다 굴뚝도 숨을 쉰다

인간은 멋이 없다 굴뚝은 기막히다

저 굴뚝 연기가 없어 아련아련 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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