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李知白 梨川之庶孫也 詩才敏給 余少時 同栖山榻 李自稱善押強韻 余以網巾為題 呼蛩銎庸三字 則應聲曰 巧似蜘蛛織似蛩 細針嫌孔濶嫌銎 朝來歛盡千莖髮 烏帽紗巾作附庸 座中皆歎其工 世人多以為余作 非也
이지백은 이천의 서손으로 시재가 민첩했다. 내가 어렸을 때 절에서 함께 있었는데 이는 스스로 강운으로 압운을 잘한다고 자랑했다. 내가 망건을 제목으로 삼아 蛩 銎 庸 세 자를 부르니, 즉시 응하여 읊었다.
교묘하기로는 거미가 귀뚜라미 날개 같은 거미줄을 짜는 것 같고
가늘기로는 바늘구멍보다 좁고 크기로는 도끼자루보다 넓네.
아침부터 천 갈래 머리카락을 거두어 묶었으니
검은 모자나 비단 머리띠가 소용없게 되었네.
좌중이 모두 그 공교로움에 감탄하였다. 세상 많은 이들이 내가 지은 것이라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