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栗谷先生 甞就洪荷衣迪家 金孝元 許篈兄弟 方在座 荷衣示近作一絕 苔深窮巷客來稀 鳥啼聲中午枕推 茶罷小牕無箇事 落荷高下不齊飛 栗谷亟賞之 仍笑曰 詩辭儘好 而落句意頗不平 何也 荷衣驚問 何以知之 先生笑曰 有參差不正齊之意 若使胸中坦平 必無此等語 荷衣笑謝曰 年少輩 果有劾公之意 搆成一文字 未了之際 偶有此吟 不謂公之明鑑至此也 此正似蔡仲郞螳螂捕蟬之意 詩之感發性情如此
율곡 선생이 일찍이 하의 홍적의 집에 갔는데 김효원과 허봉 형제가 마침 자리에 있었다. 하의가 요즈음 쓴 절구 한 수를 내보였다.
이끼 짙은 골목에 오는 손도 드문데
새우는 소리에 낮잠을 밀치네.
차 마시고 나니 작은 창에 할 일 없는데
지는 연꽃 위아래 어지럽게 나네.
율곡이 매우 칭찬하고 웃으면서, 시의 말이 매우 좋기는 하나 낙구의 뜻이 자못 평이하지 않으니 어째서요라고 했다. 하의가 놀라 어찌 그것을 아셨소 하니 선생이 웃으면서, 들쑥날쑥 고르지 않은 뜻이 있으니 만약 가슴 속이 평탄했다면 틀림없이 이런 등속의 말은 없었을 것이오라 했다. 하의가 웃으며 사양하고는, 연소배들이 과연 공을 탄핵하려는 뜻이 있어 문자 하나를 엮고 있다가 아직 마치지 못하고는 우연히 이 읊조림을 얻었습니다. 공의 밝은 감식안이 이 경지에까지 이르렀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라 했다. 이것이 바로 채중랑이 말한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다는 뜻과 비슷한 것이다. 시가 성정을 감발함이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