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卞春亭繼陽村掌文衡 然文章軟弱 文士金久冏 以能詩名世 每見春亭所製 掩口大笑 一日春亭告暇遊村庄 偶占一句云 虛白連天江郡曉 暗黃浮地柳堤春 自負得美聯 將入京上奏 有人言諸久冏 久冏曰 詩甚鄙屈 若上奏則是罔上也 我昔有詩云 驛亭挹酒山當戶 江郡哦詩雨滿船 此眞上奏之詩也 其人復告春亭 春亭曰 當字未穩 不如改下臨字 其人又言諸久冏 久冏曰 人謂春亭不知詩 信然 古詩不曰 南山當戶轉分明 其人又告春亭 春亭曰 古詩不曰 靑山臨黃河 久冏眞不知詩 反笑我爲
춘정 변계량이 권근에 이어 문형을 맡았으나 문장은 연약하였다. 문사 김구경은 시를 잘 짓기로 세상에 이름이 났는데, 항상 변계량이 지은 시를 보면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 하루는 변계량이 휴가를 얻어 시골에 있는 별장에서 놀면서 우연히 이런 시 한 수를 지었다.
텅 비고 흰 기운이 하늘에 이어 있으니
강 고을에 새벽이 왔고,
어둑어둑하고 누른 것이 땅에 떠 있으니
버들가지 늘어진 둑에 봄이 왔구나.
그는 아름다운 연구를 얻었다고 자부하고는, 장차 상경하여 임금께 아뢰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것을 김구경에게 말했더니 김구경이 말하기를, 시가 매우 비루하니 만약 아뢴다면 이는 임금을 속이는 일이다. 내가 옛날에 이런 시를 지은 것이 있다.
역정에서 술잔을 잡으니 산이 바로 집 앞에 우뚝하고
강 고을에서 시를 읊으니 비는 배에 가득 내리네.
이런 것이 아뢸 만한 시다라 하였다. 그 사람이 다시 춘정에게 알리니 춘정은 말하기를, 당자가 온당치 않으니 임자로 고치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다. 그 사람이 또 이를 김구경에게 말하였다. 김구경은, 사람들이 변계량은 시를 알지 못한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고시에 남산이 문에 당하니 도리어 분명하도다 하지 않았는가라 하였다. 그 사람이 또 변계량에게 고하니 변계량은 말하기를, 고시에 정산이 황하에 임하였도다라 하지 않았는가. 김구경은 정말 시를 알지 못하면서 도리어 내가 지은 것을 비웃는다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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