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南雲卿龍翼甞奉使日本 倭人以畫鷄一幅求詩 南題贈一絕云 咫尺扶桑曉 胡為獨不鳴 恐驚孤客夢 應絕五更聲 南常以佳作自矜 而但末句 應絕 二字 直說無風韻 鄙俗可欠 李知白 少與南同榻做工 卽能文者也 甞遇南問曰 公詩今到幾首耶 答曰 當過千首矣 李曰 然則無亦已至消朽耶 盖譏其所讀小〔少〕 而所賦多也 南聞之憮然 南與金久之壽恒 才華齊名 而應卒敏速 人以南為優
운경 남용익이 일찍이 일본에 사신으로 갔는데 왜인들이 닭을 그린 화폭 하나를 가지고 시를 청했다. 남용익이 써 준 절구.
해뜨는 곳이 지척인 곳에서
어찌 홀로 울지 않게 되었는지.
외로운 나그네의 꿈 깨울까 저어해서
새벽을 알리는 소리마저 끊었네.
남이 항상 좋은 시라고 자부했는데 다만 말구 응절 두 자가 직설적이어서 풍류와 운치가 없고 비속한 것이 흠이라 할 수 있다. 이지백은 어려서 남과 함께 공부를 했는데 그는 글을 잘하는 이였다. 일찍이 남을 만나, “공의 시는 지금 몇 수나 되는가?”라 묻자, “당연이 천 수는 넘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자, 이가 “그러면 이미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은 없는가?”라고 하자, 곧 그가 읽은 것이 적고 쓰는 것이 많은 것을 기롱한 것이다. 남이 이를 듣고는 무안해했다. 남과 김수항은 글재주가 있는 것으로 나란히 이름이 났는데 갑자기 신속하게 응해서 짓는 데는 사람들은 남이 낫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