壺谷詩話
南龍翼
1) 余以臆見妄論勝國與本朝之詩曰 麗代之雋者 如朴小華寅亮之丰亮 郭眞靜與之玄闃 金文烈富軾之矯健 林西河椿之奔放 金老峰克己之醞藉 李銀臺仁老之要妙 兪文安竹〔升〕旦之巧密 吳玄靜世才之枯梗 陳翰林澕之流麗 金英憲之岱之騰踔 洪舍人侃강직할간之濃麗 李稼亭穀之醇厚 鄭雪谷誧之懴美 偰近思遜之哀抗 李樵隱仁復之詳穩 鄭圓齋樞之平鋪 金惕若九容之苦夐 李牧隱穡之渾博 鄭圃隱夢周之豪暢 李遁村集之安寂 李陶隱崇仁之淸鍊 元文定松壽之冲確 各造其妙 而至於色韻之精雅 當以李齋齊賢為宗 聲律之淸新 當以鄭司諫知常為主 氣力之雄壯 當以李文順奎報為冠 本朝之尤者 如三峯道傳之凌厲 姜通亭淮伯之開燁 李雙梅詹之榮茂 卞春亭季良之練達 徐四佳居正之贍大 李三灘承召之妥適 姜晋山希孟之蒼老 金佔필〔畢〕宗直之勁傑 金梅月時習之神邈 南秋江孝溫之激烈 李忘軒胄之高華 鄭虛菴希良之炯邃 李容齋荇之圓渾 朴訥齋祥之感慨 金慕齋安國之核激 金冲菴淨之簡峻 奇服齋遵之悲婉 蘇陽谷世讓之舒泰 鄭湖陰士龍之錬悍 申企齋光漢之葩秀 林石川億齢之飛動 鄭林塘惟吉之夷曠 李退溪滉之純靜 盧蘇齋守愼之淵宏 朴思菴淳之艷潔 李栗谷珥之通明 成牛溪渾之雅正 宋龜峰翼弼之眞活 黃芝川廷彧之典特 李鵞溪山海之姸媚 鄭松江澈之遒緊 高霽峰敬命之穠富 許荷谷篈之超敏 林白湖悌之爽快 崔孤竹慶昌之淸淑 白玉峰光勳之瘦朗 李蓀谷達之孤絕 崔簡易岦之沈健 李月沙廷龜之和遠 申象村欽之粹潤 李五峰好閔之穎脫 李芝峰睟光之溫淡 車五山天輅之轟浩 李體素春英之驁宕 李東岳安訥之混雄 洪鶴谷瑞鳳之警策 金清陰尙憲之恬整 張谿谷維之鬯達 李觀海敏求之閑嚝 李澤堂植之淸緊 李白洲明漢之豪逸 各臻其極 而至於調格之卓邁 當以朴挹翠軒誾為主 情境之諧和 當以權石洲韠為宗 體制之奇拔 當以鄭東溟斗卿為冠 余欲以企齋敵司諫 石洲敵益齋 東溟敵文順 具眼者 以為如何
내가 얕은 소견으로 고려시대와 우리 조선의 시를 망령되이 논하였다. 봉량한 소화 박인량, 현혁한 진정 곽여, 교건한 문열 김부식, 분방한 서하 임춘, 온자한 노봉 김극기, 요묘한 은대 이인로, 교밀한 문안 유승단, 고경한 현정 오세재, 유려한 한림 진화, 등탁한 영헌 김지대, 농려한 사인 홍간, 순후한 가정 이곡, 섬미한 설곡 정포, 애항한 근사 설손, 상은한 초은 이인복, 평포한 원재 정추, 고경한 척약 김구용, 혼박한 목은 이색, 호창한 포은 정몽주, 안숙한 둔촌 이집, 청련한 도은 이숭인, 충확한 문정 원송수와 같은 고려시대의 훌륭한 이들은 각기 오묘한 경지를 이루었다. 그러나 색운이 정아함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이익재 재현을 으뜸으로 삼아야 하고, 성률의 천신함으로는 마땅히 사간 정지상을 으뜸으로 삼아야 하고, 기력의 웅장함으로는 당연히 문순 이규보로 으뜸을 삼아야 할 것이다.
능려한 삼봉 정도전, 개엽한 통정 강회백, 영무한 쌍배 이첨, 연달한 춘정 변계량, 담대한 사가 서거정, 타적한 삼탄 이승소, 창노한 진산 강희맹, 경걸한 점필재 김종직, 신막한 매월 김시습, 격렬한 추강 남효온, 고화한 망헌 이주, 형수한 허암 정희량, 원혼한 용재 이행, 감개한 눌재 박상, 핵격한 모재 김안국, 간준한 충암 김정, 비완한 복재 기준, 서태한 양곡 소세양, 연한한 호음 정사룡, 파수한 기재 신광한, 비동한 석천 임억령, 이광한 임당 정유길, 순정한 퇴계 이황, 연굉한 소재 노수신, 염결한 사암 박순, 통명한 율곡 이이, 아정한 우계 성혼, 진활한 구봉 송익필, 전특한 지천 황정욱, 연미한 아계 이산해, 주긴한 송강 정철, 농부한 재봉 고경명, 초민한 하곡 허봉, 상쾌한 백호 임제, 청결한 고죽 최경창, 수랑한 옥봉 백광훈, 고절한 손곡 이달, 침건한 간이 최립, 화원한 월사 이정구, 수윤한 상촌 신흠, 영탈한 오봉 이호민, 온담한 지봉 이수광, 굉호한 오산 차천로, 오탕한 체소 이춘영, 혼웅한 동악 이안눌, 경책한 학곡 홍서봉, 괄정한 청음 김상헌, 창달한 계곡 장유, 한광한 관해 이민구, 청긴한 택당 이식, 호일한 백주 이명한 같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이들은 각기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격조의 탁매함으로는 마땅히 읍취헌 박은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정경의 조화로는 마땅히 석주 권필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체제의 기발로는 마땅히 동명 정두경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나는 기재를 사간의 짝으로, 석주를 익재의 짝으로, 동명을 문순의 짝으로 삼고 싶은데 안목이 있는 이들은 이를 어찌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