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五山之詩 滔滔不渴 一夜或作百餘篇 成一集 或人屏中 袒裼跳踴 作詩投屛外 則俄頃紙與屛齊 嘗使日本 倭人例設白紋障蚊之帳 廣可數間 而一宿之間 製各體 揮洒遍帳 倭人易之 則又如之 至三而止 翌日取觀之 頗有悔語 盖其疵纇之多故也 自言 貼紙於萬里長城 使我走筆 則城有盡而我詩不窮云 盖五山自是宇宙間氣 有如項王喑啞叱咜 獨當萬人 夫誰與敵 但蛟螭少 而螻蚓多 傳後則實難 如愁來徙倚仲宣樓一篇 人所膾炙 而疵病亦多 瑕瑜不相掩 他皆類此
오산의 시는 물흐르듯 도도해서 마르지 않아 어떤 때에는 하룻밤에 백여 편을 지어 시집 하나를 이루었다. 어떤 때에는 병풍 안에서 옷을 벗고는 뛰어오르면서 시를 지어 병풍 밖으로 내던지면 잠깐 사이에 종이가 병풍과 나란했다. 일찍이 일본 사신으로 갔을 때 왜인들이 흰 무늬의 휘장을 쳐 놓은 것이 넓이가 여러 칸이었데 하룻밤 사이에 각 체를 지은 것이 휘장에 가득했다. 왜인들이 그것을 바꾸어 놓으면 또 그같이 하기를 세 번에 이르고서야 그만두었다. 다음 날 그것을 가져다가 보고는 자못 후회하는 말을 했었는데 아마도 그것에 흠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말하기를, “만리장성에 종이를 붙여 내게 붓을 달리게 한다면 성은 끝이 있을 것이지만 내 시는 끝이 없을 것이다.”라 했다 한다. 아마도 오산은 우주 사이의 뛰어난 인재로서 항왕처럼 아무 말도 안하고 벙어리 행세를 해도 홀로 만 명을 당해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니 누가 대적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무기는 적고 지렁이는 많으니 후세에 전하기는 실로 어려운 것이다.
걱정스러워 중선의 누대에서 오락가락한다네.
와 같은 한 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 흠도 많아 옥에 티를 가릴 수는없다. 다른 것도 다 이런 부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