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昏朝時 號為能詩者 不過柳夢寅 許筠 朴鼎吉數人而已 柳文固奇 而詩不如文 筠才固不可及 而詩格亦不至甚高 下於兄姊 宮詞 百首 可謂奇妙 而韻響則未盡合於本體 鼎吉則 哀金應河 絕 壓卷 而此外別無可稱者 至若朴燁則不是作者 而如歌低琴苦別離難等句 近於絕調 或云 得詩魔云 然百體俱備 妙解旁通 雖盛代 無出筠右者
광해군 때 시에 능하다고 할 만한 이는 유몽인 허균 박정길 등 두어 사람에 불과했다. 유의 글은 정말 기묘했으나 시는 문 같지는 않았다. 허균의 재주는 정말 미칠 수 없으나 시의 격조 역시 지극히 높지는 못하여 형이나 누나의 아래였다. 궁사 백 편은 기묘하다고 할 만하나 운향은 본체에 합당하지는 않으며, 정길의 애김응하라는 절구는 압권이지만 이외에는 칭송할 만한 것이 없다. 박엽 같은 이에 이르면 이 시인은 아니나 가저금고별이난 등 같은 구절은 절조에 가까워 어떤 이는 시마를 얻은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온갖 체를 두루 갖추었고 시를 이해하여 두루 통하기로는 비록 융성한 시대라 하더라도 허균보다 윗자리에 나아갈 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