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余於壬辰暗行時 節當芳菲 行邁且遲 多有所得 而回踰鳥嶺一律 似稍優 詩曰 閱盡東南海 看來左右州 極邊加德浦 高處密陽樓 歷歷鄉音慣 依依物色留 春風仍過嶺 駐馬飲龍湫 余於湖西考官之行 始訪同春於懷鄉 拜尤齋於蘇堤 夜宿同春堂 尤齋亦會宿 要余賦詩 辭不 呈一律 同 下試春 興悠悠想浴沂 芳草小庭觀物 杏花疎雨 天機 源泉活活初肥脈 雛鳥翩翩漸學飛 隨處一般眞趣在 却令游子澹忘歸 兩先生稱贊 卽貼壁 而至今以唐突為慚
임진년에 내가 암행을 할 때, 시절이 마침 꽃이 피는 때였다. 갈 길이 멀어서 천천히 갔는데 얻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조령을 넘어 돌아오다가 율시 한 수를 지었는데 조금 나은 것 같았다. 그 시.
동남쪽 바다를 다 돌아보고
좌우의 고을을 돌아보고 왔네.
맨 끝은 가덕포요
높은 곳을 밀양루로다.
또렷한 시골말은 익숙하고
아련한 경관은 눈에 어리네.
봄바람은 곧 재를 넘어 불고
말을 세워 용추를 마시네.
내가 호남지방에 고시관으로 갔을 때 처음으로 회향에서 동춘당을 찾아갔고, 소재에서 우암을 배알했다. 밤에 동춘당과 동숙하는데 우암도 모여 자면서 내게 시를 지으라고 했다.
동춘당 아래서 시험삼아 봄옷을 입고
춘흥 일어 욕기하고픈 생각 이네.
꽃다운 풀 우거진 작은 뜰에서 물성을 보고
살구꽃 피고 가랑비 내려 천기를 살피네.
샘을 콸콸 비로소 물줄기 살지게 하고
새끼새 푸드덕푸드덕 점점 날기를 배우네.
따르는 곳마다 참으로 아취가 있으니
도리어 떠돌이 돌아갈 길을 잊게 하네.
두 선생이 칭찬하시고 곧 벽에 붙여 놓았으나, 지금은 그 당돌함이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