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湖瑣談
任璟
1) 驢背春眠穩 靑山夢裡行 覺來知雨過 溪水有新聲 此一絕未知誰作 而世稱絕佳 余以為不然 雨過而有水聲 則雨之暴也 遇暴雨而不覺 猶作驢背之夢 語不近理 唐人詩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趣眞而語得 自成韻格 詩當如此矣 大抵泥於意趣 墬失格律 詩家之禁 而專務格律 失其意趣 尤不可也 趣屬乎理 格屬乎氣 理為之主 氣為之使 從容乎禮法之塲 開元之際 其庶幾乎此 宋人滯於理 明人拘於氣 雖有淸濁虛實之分 而均之有失也 評者曰 開元之詩 雍容君子 端委廟堂也 宋人之詩 委巷腐儒 擎跽曲拳也 明人之詩 少年俠客 馳馬章臺也 亦可謂善喩也
나귀 등에서 편안히 봄잠 들어
꿈속에서 푸른 산 속에 노니네.
깨어나서야 비 지난 줄 알고 보니
시냇물 소리 새롭게 들려오네.
이 절구 한 수는 누구 작품인지 아지 못하나 세상에서는 빼어난 작품이라고들 하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 비가 지나서 물소리가 있으려면 비가 세차게 쏟아져야 한다. 폭우를 만나고서도 깨지 않고 오히려 나귀 등에서 편안히 꿈을 꾸었다고 쓴 것은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나라 사람의 시,
봄잠에 빠져 날 새는 줄 몰랐더니
곳곳에 새소리 들려오네.
는 사실에서 취해 시어를 얻어서 저절로 운격이 이루어진 것으로 시는 마땅이 이와 같아야 한다. 대저 의취에 빠져 격률을 잃는 것은 시가의 금기지만, 오로지 격률에만 힘써 의취를 잃어버리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의취는 이에 속하고 격률은 기에 속하니, 이가 주가 되고 기가 부림을 당하게 되면 예법의 장에 딱 들어맞을 것이다. 개원 시절에는 이에 가까웠으나, 송나라 사람들은 이에 빠졌고 명나라 사람들은 기에 얽매었다. 비록 청탁 허실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결함이 있다. 평자는, 개원의 시는 점잖은 군자가 묘당에 단정히 앉은 모양새고, 송인의 시는 길거리의 썩은 선비가 꿇어앉아 두 손을 모은 모양새고, 명인의 시는 소년협객이 장대에서 말을 달리는 모양새라고 했는데 역시 비유를 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