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高霽峰 少時 神彩丯茸 才華飄逸 甞狎海西妓 妓為方伯所呢 臨別 書贈一律於妓裳內幅曰 立馬江頭別故遲 生憎楊柳最高枝 佳人緣薄含新態 蕩子情深問後期 桃李落來寒食節 鷓鴣飛去夕陽時 草長南浦春波濶 欲採蘋花有所思 妓別霽峰之後 在方伯前行酒 忽風颻裳幅 微露墨跡 方伯諦視之 詰其由 妓不敢諱 告以實 方伯歎曰 誠奇才也 後見霽峰之父大諫公 謂曰 君有令子 才貌雖美 行檢則虧矣 其父笑曰 吾子 貌類其母 行若其父 方伯哂之
고재봉은 젊었을 때 풍채가 아주 아름답고 재주도 범상치 않았다. 일찍이 해서 기녀을 사랑했는데 그 기녀가 방백과 친하게 되어, 이별하면서 율시 한 수를 기녀의 속치마폭에 써 주었다.
강가에 말 세우고 이별을 머뭇거리는데
버들가지 맨 윗가지 흔들흔들 얄밉구나.
미인은 인연이 다해 새 자태 머금었고
탕자 정이 깊어 훗날 기약을 묻노라.
복사꽃 오얏꽃 지니 한식인데
자고새는 석양녘에 날아가 버리네.
파릇파릇 남포에는 봄물결이 높은데
마름꽃 캘 적에 그대 생각나리.
그 기녀가 재봉과 헤어진 후에 방백 앞에서 술을 따랐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치마폭에 묵적이 살짝 드러났다. 방백이 그것을 살펴보고는 그 까닭을 물으니 기녀가 감히 어기지 못하고 사실대로 고했다. 방백이, 참으로 기이한 재주로다라 했다. 뒤에 재봉의 아버지 대간공에게, 그대에게는 아주 뛰어난 아들이 있더군요. 비록 재주와 용모는 아름다우나 행실을 따지면 어그러졌더이다라 했다. 그 아버지가 웃으며, 내 아들은 용모는 제 어미를 닮고 행실은 이 애비를 닮았소이다라 하니 빙백이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