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自古選詩者 非博識宏量 固難乎取舍精覈 近世 南壺谷龍翼 雜摭我東風雅 詩刪 詩話等書 且取近代諸詩 輯成一帙 名曰箕雅 自撰其序 歷論前輩所選之失 蓋自許其所選之精也 然以余觀之 取舍失於名實 好惡偏於親踈 未免為薰蕕錯雜 至於作者名姓 亦多錯錄 其中所謂閨秀趙瑗妾李氏 春日有懷詩 卽蘭雪軒許氏詩也 載於本集 其詩云 章臺迢遞斷膓人 雙鯉得書漢水濱 黃鳥曉啼愁裡雨 綠楊啨裊望中春 瑤階寂歷生春草 寳瑟涼閉素塵 誰念木蘭舟上客 白蘋花滿廣陵津 金萬英咏西瓜詩 卽玉壺子鄭星卿 兒時所作 亦載於本集 詩云 色似靑天初霽後 形如太極未分前 劈破丹心香露滴 相如從此懶尋泉 且權鞈殷山詩 首陽亦周土 薇蕨累淸風 若解殷山在 應先箕子東 此詩 不載於石洲五兄弟聯珠錄 一家諸孫 亦莫有知者 壺谷從何得之 而選入於此耶
예부터 시를 가려뽑는 이가 널리 알고 아량이 넓지 않으면 참으로 취사선택에 깊이 통하기 어렵다. 호곡 남용익이 아동풍아 시산 시화 등의 책에서 주워모으고, 또 근대의 여러 시에서 취해서 한 질로 엮어 이루어 이름을 기아라고 했다. 스스로 그 책의 서문을 쓰고 선배들이 가려뽑은 잘못을 낱낱이 논하였는데 아마 스스로 자신이 가려뽑은 것이 정확하다고 자부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내 보건대는 취사가 명성과 실질을 잃어버렸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친분에 치우쳐 훈현이 서로 섞여 버리는 것을 면하지 못했고, 작자의 성명에 이르러서도 잘못 기록된 것이 많다. 그중 조원의 첩 이씨의 춘일유회시라 한 것은 난설헌 허씨의 시다. 본집에 실려 있는 그 시.
장대는 아득히도 멀어 남의 애를 끊는데
잉어 한 쌍이 한수 가에서 글을 전해주네.
꾀꼬리 새벽에 울고 시름 속에 비는 내리는데
갠 하늘에 푸른 버들가지 한들거리니 임 기다리는 봄이로세.
옥 같은 섬돌에 쓸쓸히 봄풀은 돋아나고
보배로운 거문고 처량히도 뽀얀 먼지로 뒤덮였네.
눌 생각는고, 놀잇배에 탄 나그네여.
흰 마름꽃 흐드러진 광릉 나루에서.
김만영이 읊조린 영서과는 곧 옥호자 정성경이 아이 때 지은 작품이다. 역시 본집에 실려 있는데 그 시.
색깔은 비 갠 뒤의 푸른 하는 같고
모양은 태극이 나뉘기 전과 같네.
붉은 속을 쪼개니 향그런 이슬 방울지니
상여는 이제부터 샘 찾기 게을러지겠네.
또 권협의 은산시.
수양산도 주나라 땅이거니
고사리가 맑은 기풍을 더럽히도다.
만약 은산이 예 있는 줄 알았던들
기자보다 먼저 동으로 왔을 것을.
이 시는 석주오형제연주록에 실려 있지 않고 그 집안의 자손 누구도 아는 이가 없다. 호곡이 어디서 그것을 얻어서 뽑아넣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