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默子 少也學詩于鄭東溟 東溟亟稱之 蓋其天分旣高 乂得之大方家 其所涉獵泛濫 出入精粗巨細之間者 自足為一代具眼 又能屛棄世事 惟以文墨自娛 專精攻業 故凡於詩學率迎刃而中窾焉 所著小華詩評 盛行於世 為諸文士所稱賞 金柏谷得臣序之曰 于海自髫齔 學於東溟鄭君平 君平謂余曰 于海律格淸峻 頗有唐韻 又曰 見得高明 善於評點 洪晚洲錫箕序云 鄭東溟君平 文章冠當世 甞稱于海采蓮曲詩曰 酷似盛唐韻語 于海之詩評 宜見重於世 而其傳之遠也 可知矣 噫 此皆可以見玄默者詩學之大略耳 至若詩話叢林一書 則又是就前輩小說中 拈出其詩話 而袞輯者也 語其精 則披沙而揀金焉 語其富則囷積而雲委焉 上自白雲小說 下訖玄湖瑣談 瑣談則余所述者 委瑣俚蕪 無足取者 而猶且見錄 可見其搜羅靡遺也 書旣成 余謂玄默子 此固不刊之書也 世之喜詩者 其將家玩而戶誦 無疑矣 今復以小華詩評 彙合而渾成 為一全書 無亦可乎 玄默子 以其自述嫌 不肯編列 仍要余作跩語 余觀其弁卷語 自道之甚賅 無容更贅別談 獨惜其所謂小華詩評者 單行而獨傳 不得與此書 包括為一 故為之娓娓不巳 蓋欲使世之觀是書者, 更互參攷, 相與表裡, 得以悉其首尾, 而仍揭栢谷晚洲序語之肯綮 以著夫玄默子之深於詩學 有素云爾 歲甲午亻中春下浣 玄湖居士任璟景玉書

 

현묵자는 어려서 정동명에게 시를 배웠는데 동명이 매우 칭찬했다. 그의 천분이 아주 높은 데다가 대가를 얻을 수 있었고 그가 섭렵한 것이 넘쳐나고 세세하고 거칠고 크고 작은 사이를 들고났으므로 스스로 한 시대의 안목을 갖춘 사람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 세상 일을 버리고 오직 문묵만으로 스스로 즐기며 정밀하게 전업할 수 있었으므로 무릇 시학의 끝에 올라 막힘이 없었다. 저술인 소화시평은 세상에 크게 성행해서 여러 문사들이 칭찬해 마지 않았다. 백곡 김득신이 서문에서, 우해는 어려서부터 동명 정군평에게서 배웠는데 군평이 내게 말하기를, 우해는 격률이 맑고도 엄격하여 자못 당시의 운율이 있다. 또 견해가 높도도 밝아 비평을 잘한다고 했다. 만주 홍석기는 서문에서, 동명 정군평은 문장이 당대의 으뜸인데 일찍이 우해의 채련곡시를 칭찬하기를, 성당의 시와 운율과 시어 아주 가깝다고 했다. 우해의 시평이 당연히 세상에서 중시되고 오래도록 전해지리라는 것을 알 만하다. , 이 모든 것이 현묵자 시학의 대략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시화총림이란 한 책에 이르르면 또 전배들의 자질구레한 글 중에서 그 시화를 골라내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 정밀한 것으로 말하면 모래를 헤쳐 금을 가려는 것이고 풍부한 것으로 말하자면 노적가리를 둥그렇게 쌓아 구름이 모인 것 같다. 위로는 백운소설로부터 아래로는 현호쇄담까지 수록하였다. 쇄담은 내가 저술한 것인데 자질구레하고 속되고 거칠어 취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오히려 수록되었으니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수록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이미 완성하자 내가 현묵자에게, 이 책은 정말 간행될 수 없는 책이다. 세상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읽고 외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다시 소화시평과 모아 합해서 한 전서가 되면 옳지 않겠는가라 했다. 현묵자는 그것이 스스로의 저술이었기에 그렇게 편집하기를 싫어했다. 그리고는 내게 발어를 요청했다. 내 그의 서문을 보건대 스스로 아주 완벽하게 말을 했으므로 다시 췌언을 달라는 다른 말이 용인될 수가 없었다. 다만 애석한 것은, 말하자면 소화시평만이 단행본으로 달리 전해져서 이 책과 함께 할 수 없는 점이다. 포괄해서 하나가 되면 도도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보는 세상 사람들이 서로 참고하여 서로 표리가 되게 하여 처음과 끝을 자세히 다 얻었으면 한다. 그래서 백곡과 만주의 서문의 핵심을 실어 이 책으로써 현묵자가 시학에 깊은 것은 그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갑오년 이월 하순에 현호거사 임경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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