終南叢志
金得臣
1) 魚無迹蠶夫 向嶺南 行至鳥嶺 日午 䣃짐부릴사鞍 憩于樹下 有一行客 衣藍縷 騎款段 亦至其處 無迹易之 不爲禮 時 秋景政佳 無迹苦吟覓句 良久未就 客曰 余粗解作句 願得紙筆 要經郢땅이름영匠之一斤也 卽書而進 其詩曰 秋風黃葉落粉粉 主屹山高半沒雪 二十四橋鳴咽水 一年三度客中聞 無迹見而大驚 遂閣筆而去 其人蓋玄風鄕所李孝則也 古語云 相馬失之瘦 相人失之貧 此之謂也
잠부 어무적이 영남에 가다가 조령에 이르렀다. 한낮이 되어 안장을 내리고 나무 아래서 쉬는데, 남루한 옷을 입은 한 길손이 조랑말을 타고 역시 그곳에 이르렀다. 무적이 그 사람을 쉽게 보고는 예를 차리지 않았다. 그때는 가을 경치가 아주 빼어났었는데 무적이 애써 읊조리며 글구를 찾는데도 오래도록 이루지를 못했다. 길손이 “내가 조악하나마 싯구를 아니 원컨대 지필묵을 주시어 정교한 솜씨로 다듬어 주십시오라 하고서는 즉석에서 써서 올렸는데, 그 시.
가을 바람에 누런 잎들은 분분히 휘날리고
주흘산은 높아 반남아 구름 속에 묻혀 있네.
스물네 개 다리 아래 콸콸 흐르는 물소리
해마다 세 차례 나그네 길에서 듣는구나.
무적이 보고서는 크게 놀라 드디어 붓을 던지고서는 가버렸다. 그 사람은 아마도 현풍 향소의 이효직이었을 것이다. 옛말에, 말을 살피는 데는 마른 말은 무시하고 사람을 살피는 데는 가난하면 무시한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