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文章用意處 自有奇妙造化 誠未易論也 至其狀物寫景之語 則如風雲變態 朝暮無常 苟非自到其境 不能明悟 是猶聖人能知聖也 李芝峯所著類說 許鄭湖陰後臺夜坐詩一聯 山木俱鳴風乍起 江聲忽厲月孤懸 而月孤懸三字 與江聲忽厲 不相屬云 許筠所撰國朝時刪中 選入此詩 而評之曰 此老此聯 當壓此卷 許筠以藻鑑名世 則宜有所深解 芝峰之有此貶論者 豈未嘗細究而然耶 余曾過淸風 抵宿黃江驛 夜半聞灘聲甚駛달릴사 開戶視之落月孤懸矣 因憶湖陰江聲忽厲月孤懸之句 一咏三歎 始覺古人寫景逼眞 其詩價對景益高
문장에서 뜻을 사용한 곳은 저절로 기묘한 조화가 있어 참으로 쉽게 말할 수가 없다. 사물을 그리고 경치를 묘사하는 말에 이르러서는 마치 바람과 구름의 변화와 같아서 아침 저녁으로 일정치가 않으니 실로 스스로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명확하게 깨달을 수가 없다. 이는 성인이라야 성인을 알아보는 것과 같다. 이지봉 지은 지봉유설에 정호음의 후대야좌시 한 연.
바람 문득 이니 산 나무 모두 울고
달은 홀로 떠 있는데 강물소리 갑자기 사나워지네.
그러나 ‘월고현’ 세 자는 ‘강성홀려’와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허균이 편찬한 국조시산 중에는 이 시가 뽑혀 들어가 있는데 허균이 이 시를 두고, “이 분의 이 연은 당연히 이 책에서 최고다.”라 했다. 허균은 비평하는 안목을 가진 이로서 세상에 이름이 났으니, 당연히 깊은 이해가 있었을 것이다. 지봉이 이처럼 폄하한 것은 어찌 일찍이 세세히 궁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일찍이 청풍을 지나다가 화강역에서 잔 적이 있었는데, 한 밤중에 개울 소리가 아주 세차게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달이 외롭게 떠 있었다. 그래서 호음의 ‘달은 외롭게 떠 있는데 강물소리 갑자기 사나워지네.’라는 시구를 떠올리면서 한 번 읊조리고 세 번을 찬탄하였다. 비로소 옛 사람들이 경치를 묘사하는데 핍진해서 그 시의 가치가 실제 경치를 대하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다.